'사천 논란' 엿새 만에 서천 화재현장서 만나
尹, 소방관 노고에 감사 표해…상인 피해 청취
대통령실, 갈등 봉합 국면 기대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찾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난 만큼 초유의 당정 갈등 상황이 봉합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외부 공식 일정에 없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봤다. 한 위원장이 현장에 먼저 도착해 윤 대통령을 맞았고, 두 사람은 함께 권혁민 충남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 발생 원인과 피해 현황을 보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올해 가장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해 준 우리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에도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함께 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을 함께 찾아 살펴본 후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한 만큼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원장·국민의힘 관계가 봉합 국면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언급하면서 '사천'(私薦) 논란이 발생한 지 엿새 만이다.
김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과거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한 바 있다. 한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함정에 당했다'는 친윤 의원들의 입장과 선을 그으며 갈등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겨냥해 공천 '부정 입찰'을 언급하며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요구까지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위원장이 공식으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현장에서 만난 만큼 현재 (갈등) 상황이 해소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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