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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독일 '로켓 공학 천재'가 미국을 선택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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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독일 '로켓 공학 천재'가 미국을 선택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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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우주항공산업이 가장 발전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인간을 보냈고 우주왕복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까지 미국의 항공우주 과학기술은 독보적이다.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이 미국에 이어 달착륙에 성공했지만 가장 최근 사례인 일본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며 미국 우주과학 기술과의 격차를 실감케 했다.


필자가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현장도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센터였다. 미국 우주선 발사의 ‘심장’인 이곳에서 달 착륙의 기반이 된 ‘새턴 로켓’과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현대 우주 기술을 대표하는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장면을 직접 보며 반도체, 컴퓨터 등 미국의 핵심 과학기술이 우주 기술에서 파생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 우주항공 과학기술의 뿌리는 어디일까. 미국인인 라이트형제가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우주 개발의 성과는 한 독일인의 몫이 절대적이다. 폰 브라운 박사다. ‘로켓 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운 박사는 나치 독일에서 영국과 연합군 간담을 서늘하게 한 ‘V2’ 로켓을 개발했다. 나치 패망 후 브라운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과 옛 소련의 경쟁이 벌어졌다. 브라운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패전국 독일의 유산은 고스란히 미국으로 향했다. 브라운은 미국에서 머큐리 계획, 아폴로 계획과 같은 우주개발을 책임졌다. 그는 미 우주항공국(NASA) 국장도 역임했다. 파괴를 위한 로켓 과학은 인류를 위한 우주 기술로 승화했다. 수많은 젊은이의 피로 얻어낸 전쟁에서 확보한 적국의 인재를 통해 승전국 미국은 국력을 키웠다.


이처럼 과학이 주는 열매는 달지만 열매를 맺기까지의 연구 내적은 물론 외부와의 소통 과정도 쉽지 않다. 과학은 현실보다는 미래를 지향한다. 미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투자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과학자라면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충분한 나라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브라운 박사가 소련 대신 미국을 택한 것도 연구환경이 미국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제 4개월 후인 5월 말이면 ‘한국판 나사’라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출범한다. 때마침 불거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에서 우주항공청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우주항공청 인력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적극적인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것인지, 사후에 지나친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과 정책 당국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제 급한 회의가 생기면 사비로 진행해야 한다." 최근 공지된 회의비 처리 지침에 대해 한 정부출연연구원 직원이 한 말이다. 반면 정부는 여전히 과학계를 범죄인 보듯 한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가 끝나자 마자 지방에서 올라온 과학기술인을 만나기 위해 자택 주변으로 이동해 고가 음식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논란을 지켜본 과학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학과에 합격한 후 의대를 선택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과학의 길로 들어선 학생들이 의대로 향하는 현실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브라운 박사처럼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일할 ‘천재급’ 인사를 확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천재들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닐까.



백종민 산업IT부 부장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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