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업계 관계자 간담회
"암표와 밀캠이 나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확실하게 방안을 만들어서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뮤지컬 업계의 고민거리인 암표와 밀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밀캠은 공연을 불법 촬영·녹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다.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유인촌 장관이 주재하는 뮤지컬 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유 장관이 뮤지컬 업계의 현안과 고민거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이성훈 대표는 뮤지컬 업계의 목에 가시 같은 문제 두 가지를 말하겠다며 암표와 밀캠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제2의 티켓 유통업체에서 버젓이 암표의 형태로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제2의 티켓 유통업체는 티켓베이처럼 개인간거래(C2C)를 중개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때로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치솟기도 한다. 이 대표는 "C2C 업체들은 자신들이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고 연결만 시켜주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암표와 관련된 경범죄 처벌법의 사각지대에서 (C2C 업체들이) 기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가수들 콘서트에서 암표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뮤지컬 업계에서도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며 "C2C 업체들에 경고를 하기 위해서라도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문체부에서 암표 단속까지 하려니까 참 정말 답답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밀캠과 관련해서는 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가방을 보여달라거나 할 수 없어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며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창작 뮤지컬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라이선스 공연도 3년에서 5년간 거듭해서 공연이 이뤄져야 관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3~5년의 시간이 걸린다면 오히려 꾸준하게 흥행몰이를 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 뮤지컬 발전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지난해 전국체전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전국체전과 함께 전국예전(藝典) 형식으로 체전이 열리는 지역의 연극, 무용, 전통 공연들을 축제 형식으로 같이 선보이는 것이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유 장관은 "좋은 제안인 것 같다"며 "전국체전 때 예술 축제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보자"고 화답했다.
뮤지컬 시장을 이제는 순수예술이 아니라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최근 뮤지컬 시장 연간 매출은 2년 연속 4000억원을 넘었으며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창작 뮤지컬 전용 펀드가 없어서 제작할 때 어려운 점이 많다"며 "뮤지컬 진흥위원회라든지 뮤지컬 전용 펀드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도 "뮤지컬 시장은 산업이고 글로벌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소액 지원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인촌 장관은 "뮤지컬은 예술로 접근하기보다 산업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뮤지컬 분야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을 게 아니라 콘텐츠진흥원으로 가야 한다. 콘텐츠진흥원과 뮤지컬 분야 펀딩에 대한 논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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