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요 국외도피사범 관리 고도화 추진
죄질·피해 규모·관심도·송환 가능성 등 반영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국외도피사범에 대해 경찰이 등급을 나눠 검거와 송환에 집중한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전세사기 등 서민을 울리는 악성 사기범과 마약 사범 검거를 위해 수사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15일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 주재로 열린 주간업무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주요 국외도피사범 집중관리 체계 고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국외도피사범 송환 강화를 위해 주요 대상자를 중점적으로 관리해오긴 했으나, 등급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수사부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 중 해외로 도피한 인원은 모두 4225명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9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670명, 미국 548명 등 순이었다.
경찰은 올해부터 국외도피사범에 대해 ▲죄질 ▲피해 정도(피해자 수·피해 금액) ▲사회적 관심도 ▲검거 및 송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3단계 등급(핵심·중점·일반)을 부여할 계획이다.
먼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수사관서에서 ‘중점’, ‘일반’ 등급 대상자를 자체적으로 선정해 제출하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 심의를 통해 1차 집중관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한다. 이후 경찰청 합동회의를 통해 ‘중점’ 등급 대상자 가운데 최우선 검거·송환이 필요한 ‘핵심’ 등급 대상자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보이스피싱·전세사기 등 악성 사기 사범과 마약 등 중독성 범죄 등 중요 사범이 핵심 등급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필리핀에서 검거된 건강보험공단 46억원 횡령범과 지난달 중국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강남 마약음료 피의자 등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 대표적 예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선정된 핵심 등급 대상자 가운데 검거·송환이 지연되는 피의자를 별도로 선정해 사건별 대책 회의를 통해 조속한 검거·송환 방안을 강구한다. 또한 경찰청은 대상자별로 유관기관 및 수사관서와 상시 연락망을 구축해 공조 경과와 범죄 첩보 등을 공유하고, 합동 검거를 위한 작전 수립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전국 수사관서로부터 집중관리 대상 명단을 취합해 심의한 뒤 오는 22일 1차 명단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이달 말 경찰청 합동회의를 통해 최종 명단을 확정, 본격적인 집중관리에 돌입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등급별 인원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거와 송환이 시급한 인물들 위주로 핵심 등급 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수천명에 이르는 국외도피사범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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