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계양역 인근서 백팩 잃어버려
분실 13일째지만, 아직 어떤 연락도 없어
2년 전 사별한 아내의 사진이 담긴 USB와 노트북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70대 노인이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가방을) 돌려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전단을 붙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누리꾼이 '어제 인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함'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A4 용지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종이에 연락처와 함께 "12월 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백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며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76세 노인이라고 밝힌 그는 "백팩 속 내용물 중 USB 여러 개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사연 접한 누리꾼 SNS에 사연 공유 나서
안타까움을 느낀 누리꾼은 각종 사회연결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해당 글을 공유했다.
이에 연합뉴스에서도 취재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글을 계양역 인근에 붙인 사람은 76세 남성 고 모씨다. 고 씨는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가방에 있던 USB에는 2년 전 곁을 떠난 아내의 생전 사진과 영상, 장례식장과 산소 사진이 모두 들어 있다"며 "정말 소중한 물건인 만큼 꼭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고 씨는 계양역 일대 10곳에 글을 직접 프린트해 붙였다. 하지만 분실 13일째인 이날까지도 가방을 찾지 못했다.
당시 가방을 잃어버린 상황에 대해 고 씨는 지난 8일 충남 서산 출장을 갔다가 김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양역에서 아들 차를 탔다. 이 과정에서 길가에 잠시 놔둔 가방을 깜빡해 잃어버렸다.
고 씨와 49년을 함께 지낸 그의 아내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다, 2021년 10월 지인 모임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 씨는 "노트북이 3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제품이어서 그런지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며 "가방을 주운 사람이 지금이라도 꼭 연락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은 "제발 찾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정말 아프다", "간절함이 느껴져 더욱 안타깝다" 등 반응을 보였다.
길거리 물건, 함부로 손대면 점유물이탈횡령죄 처벌받을 수 있어
한편, 길에 떨어진 물건이나 길가에 내어놓은 물건을 함부로 주우면 점유물이탈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점유물이탈횡령죄는 유실물·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형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주운 사람은 '버린 물건'으로 생각해 습득했더라도 기존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함부로 길가의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 되며 설령 줍게 되었다면 가까운 경찰관서에 맡겨야 한다.
만약, 길이 아닌 카페, 은행, PC방 등 관리자가 존재하는 특정 장소에 있던 물건을 습득한 경우에는 점유물이탈횡령죄 대신 절도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물건이 '유실물' 등에 속하고 물건의 주인이 현장에 없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물건이 그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고 보아 그 물건을 임의로 습득하는 행위를 절도로 보기 때문이다.
절도죄의 처벌은 점유물이탈횡령죄보다 무거운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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