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생회장, 반수로 자퇴
수능 16일, 선거 23일…"스펙 쌓으려 재학생 이용"
서울 소재 한 4년제 종합대학에서 과 학생회장이 당선 나흘 만에 사퇴하고 다른 학교로 진학해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숭실대학교에 따르면 일어일문학과 소속 A씨는 지난달 23일 이 학과 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A씨는 94.9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려 당선되며 지난 14일부터 학생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A씨는 당선사를 통해 "우리를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신 일어일문학과 학우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임기를 시작하고 나흘 뒤인 지난 18일 A씨는 돌연 학생회장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사유는 타 학교로 진학하는 '반수 성공'이 이유였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기 시작 후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다른 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학생회장 직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18일 학생회장 사퇴서 수리가 완료되었고, 자퇴 신청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회장 선거를 결코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공석이 된 회장 자리는 부학생회장이 권한대행을 맡아주기로 했다. 앞으로도 학과의 밝은 미래와 학생회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B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숭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과가 해당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라며 "학생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회장이 진행하는 학과 행사나 회의 등을 부회장이 모두 껴안게 된다. 굉장히 힘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후 다시 선거를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선례는 없었다"라며 "만약 선거를 다시 진행한다고 해도, 언제 다시 선거가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그때까지 부회장이 많이 힘들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A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해 다른 학교를 진학하는 '반수'를 준비하면서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수에 성공하면 그대로 다른 학교로 진학하고, 실패하면 학생회장 자리를 역임하며 '스펙'으로 삼으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올해 수능은 지난달 16일에 치러졌고, 학생회장 선거는 같은 달 23일 진행됐다.
A씨의 사퇴문에 재학생들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재학생들은 "다른 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학생회장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본인 커리어 한 줄을 위해 피해를 본 과 동문, 선후배, 교수님들은 무슨 죄인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의 행동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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