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바이엘 대표
“서울에 있는 여러 주간보호센터에 가봤는데, 공통적으로 시설과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노인 인원수에 따라 보조금으로 받쳐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인프라에 들이는 비용을 늘리면 늘릴수록 대표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드는 구조라서죠.”
지난 19일 만난 시니어 헬스케어 전문회사 '바이엘'의 김경환 대표(40)는 시니어 주간보호센터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려면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 요양보호사의 큰 비중을 60대가 차지하는데, 이분들이 은퇴하면 더이상 요양보호사로 일할 사람이 없다”며 "그때 부족한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게 기술일 것이고, 그러한 시대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시니어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인 '브라보(Bravo)'를 통해 올해 IT 기반 방문요양 플랫폼으로 크게 성장했다. 오프라인 기반 방문요양센터를 직접 운영 중인데, 해당 센터에는 자체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해 요양 서비스 제공에 관련된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그 결과 약 1500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바이엘은 내년 1월 주간보호센터를 새로이 열 예정이다. 다만 기존 주간보호센터와는 다르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접목했다는 게 차별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전방위적 차원에서 시니어케어 산업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창업 계기는.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AI 등을 공부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연구소에도 있었다. 이후 소비자 전략 분야, 제품 기획 분야, 신사업 기획 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시니어 케어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은 이전부터도 인지하고 있었다. 업계가 발전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유입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여러 곳 방문하면서, 수익 구조 때문에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서울은 지방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더 그렇다. 요양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IT에 친숙하지 않다는 점도 한몫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업이더라. '이 비즈니스 모델을 더 고도화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디지털을 통해 질은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효율화할 수 있는 건 효율화해서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창업 직후 45억원 규모의 첫 투자를 유치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능성을 높게 본 것 같다. 낙후된 분야에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AI를 섞겠다는 점에 공감을 많이 해준 것 같다. 요양 보호 제공의 주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서 기술로 옮겨가는 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올해 70억원가량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매출은 3배 정도로 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장이다. 믿을 만한 솔루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듯하다.
-새로 만드는 주간보호센터에 어떤 AI 기능을 접목하나. 무엇을 파악할 수 있는지.
▲안면인식을 통해서 건강을 확인하는 솔루션, 어르신들의 데이케어 센터 내 움직임과 동선을 트랙하고 이상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AI 카메라 등이 있다. ‘자립’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라는 취지에 걸맞게 주기적으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예정이다. 관절의 움직임이나 식사량 같은 것도 체크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눈으로 했던 것들을 카메라로 더 정밀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기기 비용이 많이 들겠다.
▲기기 비용도 많이 들고 그 기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건비도 클 거다. 초기비용이 좀 들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인공지능을 통한 운영 효율화가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추가 투자 계획도 있는지.
▲내년에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방문요양서비스 자체로는 돈이 많이 소모되지는 않는데, 주간보호센터를 열려니 자금이 많이 필요하더라. 좀 더 규모 있게 비즈니스를 해보려 한다. 그리고 향후에는 주거 영역에 진출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어르신이 보내는 하루의 단편적인 시간만을 케어하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케어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거다. 최근에 나선 회사들이 많긴 한데, '이렇게 하는 게 시니어 하우징의 정석이다'라고 보여주는 곳은 없다. 큰 회사들은 디테일을 챙기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가 장점을 발휘해볼 만한 시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진출했다고.
▲비타민D, 망간, 콘드로이친 등을 핵심 원료로 사용한 관절 건강 특화 제품을 내놨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제품은 다양하지만, 시니어만을 공략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작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가 보유한 다양한 시니어 건강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50대 이상 시니어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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