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호찌민행
330g 한팩에 1만8500원대 팔려
달고 향 진해 베스트셀러
"토니프루츠. 신짜오(안녕하세요. 토니프루츠입니다)"
지난 11일 베트남 호찌민의 주거밀집 지역인 4군에 위치한 수입과일 전문매장 토니프루츠를 찾았다. 카페처럼 꾸며진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한국산 배를 중심으로 포장된 과일 선물 세트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카운터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눈높이에 위치한 진열대에 'K-딸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남 산청에서 생산해 수출한 '부권 딸기'다.
K-딸기는 한국산 샤인머스캣과 함께 토니프루츠에서 가장 비싼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330g짜리 한 팩이 34만8000동(약 1만8583원)에 달한다. 토니프루츠에선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1kg당 60만동(약 3만2040원), 미국산 청포도와 씨 없는 검은 포도는 1㎏당 각각 36만9000동(약 1만9700원), 22만7000동(약 1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토니프루츠의 수입을 총괄하는 토니 응우옌 매니저는 "K-딸기는 우리 가게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며 "로컬(베트남 달랏 생산)에서 생산된 딸기가 K-딸기의 반값이지만 단맛이 적고 너무 시큼한 데 비해 K-딸기는 향이 진하고 달콤하면서도 적절한 신맛이 있어 단연 1등 딸기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토니프루츠에서 판매 중인 K-딸기는 경남 산청의 농업회사법인인 조이팜에서 수출됐다. 이틀 전 수확해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건너왔다.
조이팜 딸기는 동남아시아에서 '프리미엄'으로 통하는 K-딸기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조이팜에서는 1㎏당 2만6000원에 딸기를 수출한다. 330g으로 환산하면 약 8580원인데 베트남에선 2배 이상 비싼 1만8583원에 판매된다. 홍미진 조이팜 이사는 "한국에는 한 팩이 보통 500g인데 베트남 수출용은 이보다 작은 330g으로 포장해 수출한다"며 "K-딸기가 고가이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낮추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조이팜은 친환경 금실 딸기를 직접 생산해 국내 유통과 수출을 하고 있다. 이부권 조이팜 대표는 농협에서 일하다가 2011년 인근 농가들과 함께 조이팜을 설립해 딸기 유통을 시작했다. 현재는 30개 농가가 조이팜에 소속돼 있다.
지난 6일 방문한 조이팜 선별장에서는 50여명의 직원이 줄지어 앉아 딸기를 크기별로 구분하고 수출용과 내수용을 따로 포장하고 있었다. 포장지엔 조이팜과 스트로베리를 영어로, 대표 이름인 '부권'은 한글로 표기했다. 홍미진 조이팜 이사는 "처음 베트남에 수출할 때 부권을 한자로 적었더니 바이어가 베트남 사람들은 한자 안 좋아한다며 한글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며 "곧바로 수정해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포장단위와 표기를 통해 바이어들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조이팜은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연간 100억원어치의 딸기를 생산해 60억원어치는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에 케이크용으로 납품하고 40억원어치는 베트남(20억원)과 캐나다(10억원), 싱가포르(5억원), 태국(5억원) 등에 수출한다.
조이팜 딸기는 토니프루츠와 같은 소매점은 물론 트랜스프루츠 같은 베트남 수입업체를 통해 도매상에게도 공급된다. 지난 11일 방문한 트랜스프루츠 냉장창고에는 지난달 말부터 수입하기 시작한 조이팜 딸기를 포함해 K-딸기가 저장돼 있었다. 데이비드 쩐 트랜스프루츠 대표는 "1주일에 한 번씩 많게는 2만8200달러(약 3672만원)어치의 조이팜 딸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내년 4월 말까지 56만4000달러(약 7억3416만원)어치의 물량을 들여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프루츠는 뉴질랜드에서 블루베리를, 미국에선 사과와 체리, 캐나다와 호주에선 체리를 수입한다. 쩐 대표는 K-딸기가 '대체 불가한 과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K-딸기는 크기가 크면서 일정하고 단단하며 향과 맛이 좋고, 베트남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빨간색이라 소비자들과 소매상들에게 '품질이 너무 좋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며 "사실상 11~4월 베트남에서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과일은 K-딸기 이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랜스프루츠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K-딸기 수입량을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을 포함해 K-딸기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딸기 수출액은 5606만713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었다. 이 가운데 베트남 수출이 688만4487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2.3%를 차지한다. 조성배 aT 호치민지사장은 "베트남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과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K-딸기 인기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은 단위 포장과 베트남 정부에서 요구하는 표기법 등 시장 친화적인 전략이 더해질 수 있도록 aT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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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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