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문제 관련 조사·연구 잇따라
구체적 수치 내놓고 대책도 제시
내년이면 국내 노인 수가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최근 '인구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은이 최대 고민 중 하나로 여기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다각도의 정책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최근 각종 연구, 총재의 발언, 관련 세미나 세션 등 동원할 수 있는 대부분의 채널을 통해 인구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한은의 중장기·심층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연구원은 올해 핵심 연구 주제로 변화하는 인구구조 문제를 설정하고 관련 연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올해 5월에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둔화가 취업자 증가 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한은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초저출산·초고령화에 관한 경제전망보고서를 1년간의 연구 끝에 내놨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실시하느냐에 따라 출산율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 숫자로 제시한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인구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0% 이하의 '역성장'도 우려된다는 경고성 보고서도 내놨다. 보고서를 쓴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자 비중 증가에 따른 취업자 수 감소, 평균 근로 시간 축소로 2030년대 후반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2040년대 후반에는 -0.7%포인트의 성장기여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놨다.
보고서들은 인구 감소 억제와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가족 관련 예산 확대, 육아휴직 문화 확대, 외국인 근로자 유치, 외국거주 한국계 주민 귀환, 이민 정책 등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통해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한 한은의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이창용 총재도 직접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초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연 세미나에서 "인구 고령화 현상 속에서 이대로라면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나이 많은 부모를 돌보는 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아픈 부모를 봉양해주고 도와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성공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고령화에 대응할 사회 시스템 마련이 우선순위임을 강조했다.
당시 이 총재는 해외에서 노동력을 들여와 돌봄·요양 분야에 확충할 것을 제안했는데,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이에 관련해서는 한은 내부에서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구 계층의 영향과 대안에 대한 조사가 다각도로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 합계 출산율이 다시 올라갈 거라는 예측이 틀렸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올해 인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앙은행 차원의 이같은 노력은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구문제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성장률 전망치를 추계하는 등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은이 상황 판단을 위해 나선 건 분명 바람직한 접근"이라며 "성장률에 관한 시선을 넓혀 새롭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인구 문제가 강력한 변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했다.
전 교수는 "한국보다 인구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나라들도 다양한 연구 기관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반면, 한국의 경우 그동안 인구 추계는 통계청 소관의 법으로 정해진 통계라 다른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안 대고 분석도 잘 안 하는 현실이었다"며 "이런 조사와 분석을 통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건 어찌 보면 국가기관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했던 과제"라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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