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北박명호 부상과 베이징서 회담
中 외교부 "군사적 압박은 역효과" 한미일에 '책임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18일 강력한 반발에 나서며 3국 간 대북 공조 공고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ICBM 발사 당일 북한과 밀착을 과시하며 북한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중국을 방문 중인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박 부상이 외교 협상을 위해 중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조선(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양당·양국의 전 세대 지도자들이 직접 수립한 것으로 양측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양당·양국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인도와 관심으로 중국과 조선의 전통적 우호가 새로운 시대에 더욱 빛난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이 교차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조선은 항상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했으며 우호 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분명히 했다"며 "중국은 항상 전략적 고도와 장기적 관점에서 중·조 관계를 바라보고 조선과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며 각 분야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수교 75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해 중·조 우호 협력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상도 "조선은 중국과 함께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조·중 형제 우의를 공고히 하고 양국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며 "조선은 계속해서 중국과 함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부상은 외무성 중국 담당 부국장,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 및 임시 대리대사 등을 지낸 '중국통'이다.
이날 왕 부장과 박 부상 간 회담에서 북한의 ICBM 발사 문제가 거론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 ICBM 발사 당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왕 부장이 박 부상과 양자 회담을 갖고 그 자리에서 '지지·신뢰·우호 협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음을 중국 측이 공개한 것은 한미일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향후 북한과 협력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계기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어떤 국가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자위권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북한을 옹호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몇시간 뒤에 개최된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정세 악화의 원인으로 돌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논평 요구에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군사적 억제력을 통한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통하지 않으며 역효과를 내고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이 연내 가동에 들어가는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비롯해 미국의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의 부산해군기지 입항 등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왕 대변인은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며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문제의 원인을 똑바로 보고 실제 행동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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