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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강달러시 韓 국고채 유동성 저하…전보다 영향 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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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축통화국이라는 '원죄의 귀환'
"달러, 신흥국 국채시장서 결정적 역할"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국내 국고채 시장 유동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달러 요인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 관리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BIS(국제결제은행)는 최근 '달러와 국채시장 유동성: 한국을 근거로'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긴축과 강달러 현상이 국내 국고채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지수 수익률이 10%포인트 높아질 때 국고채 호가 스프레드(매도·매수 가격의 차이)가 일평균 0.7bp(1bp=0.0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국거래소의 실시간 국고채 호가장·체결장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로, 스프레드 확대는 우리나라 시장 입장에서 거래비용 상승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한국에 있지만, 시장 규모와 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국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는 신흥국의 대외 자본 구조적 취약성을 설명하는 ‘원죄(original sin)’에 기인한다. 원죄 가설은 1999년 배리 아이컨그린 버클리대 교수와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내놓은 것으로, 신흥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자국통화로 대외자본 조달을 할 수 없는 원죄(原罪)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2000년대 이후 신흥국의 자국통화표시 채권시장이 발달하면서 외국인이 많이 유입됐고, 이로 인해 충분히 자국통화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원죄 소멸' 논의가 힘을 얻었다. 그러다 최근 '원죄의 귀환(original sin redux)' 개념이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환율이 너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규모 유출될 개연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자금 유출로 국채금리 상승 폭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BIS "강달러시 韓 국고채 유동성 저하…전보다 영향 커" 주요국별 국채 발행 잔액.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채권시장이 발달하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들게 됐고(왼쪽 그래프),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오른쪽 그래프 붉은 선). 자료 출처=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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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달러는 글로벌 위험요인(global risk factor)으로 작용하며, 신흥국 국채시장에서 결정적인 역할(pivotal role)을 한다"고 강조하며 "달러화 절상이 국고채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자본조달 여건 악화, 금융기관의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외국인 국채 매도로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 가치가 국고채 시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 커질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전에는 우리가 고성장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보다는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저성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탓에 우리나라 시장에 하는 투자는 수익률이 낮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간단히 말해 우리 경제는 미국 경제에 전보다도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고, 한은의 통화정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약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는데도 대출 금리가 올랐던 일도 강달러 때문에 미국의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신흥국들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인 시장 유동성을 유지하는 데는 중앙은행 차원의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의 기여도가 크다고 제언한다.



BIS에 파견돼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은 한은 과장은 "이전에 달러 강세기가 아닐 때는 환율 관련 안정화 정책을 펴면 '시장개입'으로 여겨져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신흥국의 경우 강달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어 국제적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BIS "강달러시 韓 국고채 유동성 저하…전보다 영향 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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