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5곳, AAAS 프로그램 지원
AAAS, 상원 의원실에 6명 연구원 파견
올해 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미국 의회가 AI로 인해 발생할 각종 정치·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규제를 검토하는 비영리단체 소속 연구진의 월급을 우회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의회가 도입할 규제가 곧 AI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규제 논의 과정 자체를 장악해 '경쟁의 장'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기술 기업들이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과학 비영리단체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를 지원하며 AI 규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AAAS는 1848년 창설된 전통적인 과학 관련 비영리단체로 워싱턴DC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이며 유명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단체다.
AAAS는 과학 기술과 관련해 전문가를 연방정부와 미 의회 등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 의회의 정책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AI 부문 신속대응단을 구축해 AI 기술 박사 학위 소지자 5명 등 총 6명의 연구진을 파견했다. 이들은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상원의원 사무실의 전문 직원으로 내년 8월 말까지 일하며, AI 윤리와 지적 재산권, 인권 등 각종 문제에 대해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한다.
문제는 AAAS가 운영하는 AI 부문 신속대응단의 운영 자금이 MS와 오픈AI, 구글, IBM,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에서 상당 부분 나온다는 것이다. 파견 직원들의 월급도 여기서 나온다. AAAS 측은 5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 운영 자금의 약 35%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다른 과학재단, 비영리단체, 개인 기부자가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AAAS 측은 5개 기업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었지만, 폴리티코는 AAAS가 운영하는 다른 기술 관련 프로그램은 대부분 연방정부나 과학재단 등이 자금을 주로 지원하는 것에 반해 이번에는 AI 관련 기업 자금 비중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구글과 오픈AI가 AAAS의 기술 관련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구글과 IBM, 오픈AI는 의회가 기술을 이해하고 규제하는 과정을 지원하고자 결정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AAAS의 줄리아 맥켄지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는 폴리티코에 기업들이 연구진 채용이나 이들의 의원실 배치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면서도 이번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 컨소시엄 자체가 상위 AI 기업의 자금이 포함돼 독특하게 구성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폴리티코는 AI 기업의 자금 지원이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친분이 있는 MS 임원 출신이자 오픈AI의 전략 고문으로 활동 중인 크레이그 문디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AAAS 회원이었던 그가 지난 7월 서딥 파리크 AAAS CEO와의 만찬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수주 뒤 AAAS가 AI 전문가 6명을 연내로 미 의회 등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문디는 이 매체에 이번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는 전적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주도해 이뤄진 일"이라면서 "내가 일하고 있는 그 어떤 회사와 논의하거나 검토, 제안한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친구들(friends)'에게 이를 알리긴 했으나 그 시점에 그들이 지원을 결정한 것은 그들의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디 본인도 AAAS AI 신속 대응단에 소액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 의회에서는 자금과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근로자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AAAS와 기술 기업, 미 의회 등 당사자들은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라 마이어스 웨스트 FTC AI 정책 수석 고문 및 관리자는 "기술기업들이 전례 없는 막대한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경쟁의 장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울어지게 만들려고 오랫동안 활용해왔다"고 분석했다.
미 시민단체인 정부감시프로젝트(POGO)의 팀 스트레튼 책임자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의회 직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직·간접적으로 해당 직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회사나 업계에 이익이 되는 법률을 제정하는 의원 사무실에서 그 직원을 근무하게 하는 것은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