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근로자수 5인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민법상 고용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사용자 측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해 상시 근로자수를 줄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모씨가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02년 5월부터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면직 사유가 없을 때는 계속 근로한다'는 조건에 따라 근로계약이 연장돼 계속 근무해왔다.
문제는 2017년 4월 개최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관리방식을 종전 자치관리 방식에서 위탁관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하면서 발생했다.
이씨는 이 같은 아파트 관리방식 변경 의결 이후 관할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태만, 업무방해 등 사유로 2017년 4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45일간의 무급정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씨가 중앙노동위원회 구제심판을 거쳐 복직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해 6월 8일 회의를 개최해 '조직쇄신과 사회통념상 계속적인 근로관계 유지불가'의 사유로 이씨를 해고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같은 달 9일 이씨에게 '12일자로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이씨는 다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각각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상시 근로자수가 5인 미만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파트 관리방식 변경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경비를 외부경비업체에 용역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5월 13일 A 업체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3명은 2017년 5월 10일 '12일자로 사직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같은 달 13일 A 업체와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해 계속 경비원으로 일했다.
결국 관리소장과 경비원, 이씨, 경리 등 상시 근로자수가 5명 이상이었다가 5명 미만(3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중노위의 판단이었다.
결국 이씨는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이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한 것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며,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해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다만 이씨가 해고된 날(2017년 6월 12일)로부터 민법상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2017년 7월 19일)까지의 임금 상당액인 156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민법상 고용 기간의 약정이 따로 없는 때에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재판부는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입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못한 점과 업체 선정 과정의 절차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라면서도 "이 같은 인정사실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상 하자들로 인해 경비용역계약 자체가 무효라거나, 경비원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까지 무효로 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가 오로지 원고를 쉽게 해고할 목적으로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제로 아파트 관리방식을 전환하려는 의사를 갖고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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