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코 록카쿠 특별전 '꿈꾸는 손' = 전시기획사 씨씨오씨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야코 록카쿠의 초기 원화, 대형 오브제 등을 포함해 네덜란드의 델레이브 패밀리가 수집한 약 13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한국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아야코 록카쿠는 일본 지바현 출신의 아티스트로 스케치 없이 맨손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독창적인 ‘핑거 페인팅’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말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도쿄, 베를린, 포르투, 암스테르담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MZ세대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아티스트로 2022년 제52회 일본 SBI 옥션에서 16억원으로 개인 최고 낙찰가를 갱신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 키키가 2006년 주최한 게이사이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요시토모 나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잇는 일본 차세대 아티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델레이브 패밀리가 2006년부터 수집한 초기 작품, 대형 오브제 등을 포함해 1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도쿄의 공원에서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초기 작품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추상적으로 변한 작업 스타일을 담은 3m가 넘는 대형 작품 세 점, 높이 1.6m의 대형 오브제인 ‘고스트 래빗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조각(Sculpture with two ghost rabbits, 2011년 작)’도 전시될 예정이다. 2m 원형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 ‘무제(Untitled, 2020년 작)’는 봄날의 꽃밭에 누워 있는 듯한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고, 따스한 봄을 불러일으키는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아트마켓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작으로 관심을 집중시킨다.
130여 점의 작품으로 여섯 개 섹션 구성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야코 록카쿠가 일본에서 네덜란드로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샌드아트 애니메이션이 먼저 상영된다. 이어 그림을 독학한 작가와 아트 디렉터 니코 델레이브가 만나는 과정이 포토월에 펼쳐진다. 인트로 섹션이 끝나면 첫 번째 섹션 '맨발의 작은 소녀'에서 작가가 그림을 시작할 무렵 도쿄의 공원에서 그렸던 초기작을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 '꿈꾸는 손가락'에서는 작가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캔버스를 비롯해 골판지, 티셔츠, 비닐, 접시 등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소재를 사용해 만든 작품들, 26cm의 작은 크기부터 1.6m에 이르는 대형 작품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세 번째 '더 넓은 세상으로' 섹션은 도쿄를 떠나 고흐와 렘브란트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작업했던 원화들이 소개된다. 작은 체구지만 대형 그림을 즐겨 그렸던 작가의 3m 높이 대형 원화 작품 세 점이 전시되며 암스테르담 스튜디오를 포토존으로 재현해 전시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어지는 '나의 친구들' 섹션에는 ‘어바웃 어스(About Us)’ 작품들로 꾸며진다. ‘어바웃 어스’는 작가가 도쿄의 음악 레이블 ‘콘트라리드(contrarede)’와 협업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제목이다. 작품은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작가의 자전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러닝타임 18분 분량의 영상이 미디어룸에서 상영된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갤러리 델레이브와 똑같이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델레이브 패밀리' 섹션을 만날 수 있다. 델레이브 가족과 아야코 록카쿠의 십수년간의 우정을 짐작할 수 있는 포토월이 있고 작가가 친숙한 느낌으로 델레이브 가족을 그린 초상화도 볼 수 있다. 여섯번째 섹션 '봄의 시작'에는 2021~2022년 사이에 제작된 최근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전시는 내년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김선정 개인전 '비단꽃이피었네' = 갤러리도스는 김선정 작가의 개인전 '비단꽃이피었네'를 개최한다. 작가의 작업에는 사람과 꽃의 형상과 같이 삶의 유한성을 은유하는 존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관객은 그 존재를 통해 시간성을 느끼는 동시에 함축된 시간과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작품 속 대상과 조우하는 순간 고요한 울림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고, 그 순간 비가시적이었던 시간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화' 시리즈는 꽃이 피어나며 그 안에 담고 있던 에너지를 풀어내듯 꽃잎 사이 팔과 다리를 길게 뻗어낸 사람의 신체 일부와 함께 표현해 마치 우아하고 경쾌한 발레 무용수의 움직임처럼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의 대상은 내면에 응축되어 있던 감정을 표출해내면서 마침내 꽃망울을 틔우고 표출된 에너지를 화면 밖으로 다시 뿜어낸다. 이에 관객은 함께 호흡하기 시작하며 정지된 화면은 어느새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움직임의 힘과 감정의 느낌이 고조된다.
‘그녀’ 시리즈에서 작가는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된 작업으로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유쾌한 동양화를 선보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과 인간을 꾸준히 탐색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통해 작품 속 대상의 삶에 스며들어 시공을 초월한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갖는 힘에 대한 차분하고도 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인간의 정체성을 넘어 인간 사이의 관계와 태도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을 선사한다.
인간의 다층적 관계성과 태도에 대한 표현으로 얇고 여린 비단의 재료적인 특성을 활용해 한 화면에 투명한 여러 겹의 레이어를 구현한다. 과하지 않은 인물 표현은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정화된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여 어딘가 삶에 대한 결연한 의지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섬세하게 배합하여 쌓아 올린 색채의 표현은 미세한 변화 속 시간의 다른 차원을 넘나들며 저마다의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작가는 "시간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축적한다"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감각해 화면 속 단단한 생명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흘러가는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며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구현한다. 전시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스.
▲김을지로 개인전 '옮겨심기' = 전시공간 리플랫은 김을지로 개인전 '옮겨심기'를 진행한다. 그간 식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3D 그래픽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실내 식물과 3D 그래픽이 소비되는 방식의 유사성을 중점으로,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식물 영상과 여기에서 파생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Potting' 영상에는 4종의 디지털 식물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말 그대로 보기 좋게끔 유전형질까지 편집한 실내 식물처럼, 미디어로 공유되는 그래픽이 항상 매끈하고 ‘완벽해’ 보이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동시에 3D 그래픽의 속성을 재고하게 한다. 나아가 3D 그래픽작업 과정에서 주로 제거의 대상이 되는 글리치(glitch)를 그대로 담아낸 'Soilmixing' 영상으로 이러한 의문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제기한다.
또한 'Potting' 영상에서 파생된 사진 연작 'Harvesting perspective'와 영상의 시퀀스를 연속 이미지로 출력한 'Sequence' 작품 등을 통해 작가의 작업 방식과 그 과정도 함께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오프라인 첫 개인전으로, 그간 우리의 시각적 욕망에 가려져 미처 논의하지 못한 대상의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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