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집 20분 만에 산회
법안 처리 없이 '탄핵안' 놓고 또 여야 충돌
野 "법사위-본회의 무관…탄핵안 예정대로"
與 "말로만 민생…파행은 정략적 탄핵 때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파행 일주일 만인 29일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를 이어가면서 또다시 법안 처리 없이 단 20분 만에 산회했다. 앞서 법사위는 본회의 일정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24분 만에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국민의힘 측은 법사위가 파행을 거듭하는 게 민주당의 '탄핵 강행' 탓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민생 법안'을 강조하며 여당 책임으로 몰고 갔다. 특히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안건이 처리되지 못한 것과 무관하게 30일부터 본회의를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며, 이동관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법사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의 요구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또다시 법안 처리 없이 20분 만에 산회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 소병철 의원은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사위마저 파행되는 것에 정말 심각한 유감"이라며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까지 하면 351건이 계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회의 안건 처리는 원내 지도부 간의 합의로 미룰 수도 있지만, 법사위를 '방편'으로 활용하는 건 당을 떠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법사위 개회'를 촉구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법사위 자체 문제 때문에 법사위가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탄핵은 양당 원내 지도부가 할 일이지, 법사위가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보탰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정쟁의 책임을 왜 법사위가 지고 있나. 법사위가 막을 문제가 아니란 걸 명백히 알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탄핵을 강행하려 하는 탓에 법사위를 정상 가동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송 의원은 탄핵안과 법사위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이 같은 야당 측의 주장에 국민의힘도 즉각 반발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정점식 의원은 "민생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법사위가 무산된 원인은 이동관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 부분을 민주당이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우리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결국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정쟁 국회', '탄핵 국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번 회의에 이어 (오늘도) 또다시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동관 위원장이 헌법·법률 위반이 없는데도 정략적으로 탄핵을 하는 것, 발을 묶어놓고 내년 총선 때까지 업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일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이) 말로는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면서 행동은 달리하고 있다"며 "홍익표 원내대표는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까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경청한 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법사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하며, 산적한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말에 위원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얼핏 알기로는 지금 법안심사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에 대해 양당 간사 간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겠지만, 잘 협의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법사위가 개의될 수 있도록 잘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산회가 선포된 뒤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법사위를 열지 않으려는 것은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뜻을 명확하게 표시했다"면서도 "법안 처리가 급하기 때문에 다음주에 법사위를 열자는 부분은 (여야)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법사위 안건 상정과 무관하게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면서 "국민의힘에서 법사위를 본회의와 연계시킨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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