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명셰프, 조리법 영상 올렸다 뭇매
계란볶음밥, 中서 민감한 정치적 소재
마오쩌둥 아들 사망 과정 둔 논란 때문
중국의 한 유명 셰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란볶음밥' 만드는 영상을 올렸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국내에선 생소한 이야기지만, 중국에서 계란볶음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다.
2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홍콩 명보'에 따르면, 팔로워 330만명을 보유한 중국 셰프 왕강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요리사로서 다시는 계란볶음밥을 만들지 않겠다"며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앞서 왕강은 SNS에 계란볶음밥 요리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이 이를 두고 '마오쩌둥 중국 초대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을 조롱했다'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왕강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계란볶음밥은 중국 사회 일각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소재다. 이는 마오 전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과 연관이 있다.
마오안잉은 1950년 11월25일 한국전쟁 당시 국제연합(UN)군의 폭격으로 전사했다. 문제는 마오안잉의 사망 원인이다. 한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는 비망록에서 '마오안잉이 막사에서 계란볶음밥을 만들던 중 위치가 노출돼 폭사했다'라고 적었다. 조리할 때 불을 피운 탓에 연기가 연합군 폭격기에 발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역사연구원은 2020년 11월 해당 이야기가 마오안잉의 죽음을 희화화한 헛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오안잉의 위치가 발각된 건 부대 사령부의 무전이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도 2021년 7월 '10가지 헛소문' 리스트를 내고, 그중 하나로 마오안잉 계란볶음밥 위치 발각설을 채택했을 만큼 이 설을 부인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 중국에서 역대 최대 제작비를 들여 개봉한 영화 '장진호'에선 마오안잉이 지도를 챙기러 작전실로 들어갔다가 폭탄에 떨어져 장렬히 사망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계란볶음밥은 중국 정치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고 있다. 왕강 셰프는 마오안잉의 기일(11월25일) 이틀 후인 지난 27일 요리 영상을 올렸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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