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안 팔리는데 LCD 패널값 1년새 60%↑
中 공급량 의도적으로 줄여
LCD 시장, 中 점유율 70% 이상
中, 내년 1분기 가동률 50%까지 낮출 수도
국내 TV 제조업체 부담 가중
LCD TV 비중 높은 삼성 '비상'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TV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반면, 패널 가격은 1년새 60% 넘게 치솟은 것이다. 한때 세계 1, 2위 LCD 패널 생산업체였던 삼성·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수한 사이, 주도권을 쥔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인 여파다. 국내 TV 제조업체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LCD 패널 독점으로 추후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DSCC 조사 결과, 가장 대중적인 크기인 55인치 해상도 4K LCD TV 패널 가격은 작년 9월 역대 최저(81달러)를 찍고 올해 3월부터 꾸준히 오르다 최근 1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LCD 패널가는 TV 수요가 오르면 함께 상승한다. 쉽게 말해 TV가 많이 팔리면 TV 제조업체들이 패널을 많이 사가기 때문에 값이 뛸 수 있다. 하지만 올해 TV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TV 출하량이 지난해 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패널가 상승 원인을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년간 원가 이하로 LCD를 대량 공급해온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가동률을 15년 만에 최저 수준(약 60%)으로 낮춘 데 있다고 본다. 핵심 플레이어였던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LCD 사업을 철수하자 중국 업체들이 독점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LCD 시장은 중국, 대만 기업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LCD 패널 점유율은 BOE가 28%로 1위, 중국 CSOT(차이나스타)가 26%로 2위, 3위는 대만 AUO(20%)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 패널 업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난해 LCD 사업을 정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LCD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에서 LCD TV 패널을 만들고 있지만, 이미 생산능력을 절반으로 줄였고 결국 매각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중국은 패널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한 번 감산으로 가격 하락을 막을 방침이다. 옴디아는 중국 업체들이 LCD 팹 가동률을 올해 4분기 60%대로 낮추는 데 이어 내년 1분기 50%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패널 가격의 불안정성이 짙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삼성, 소니 등 TV 제조업체들에 LCD 판가 인상 압박을 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TV제조업체는 고민에 빠졌다. 특히, LCD TV 사업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비상이다. 중국 업체들의 패널 물량 조절은 삼성전자 TV 출하량을 연 4000만대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하이엔드 제품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매출이 중국 업체보다는 높겠지만 물량 면에선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중화권 업체들의 LCD 담합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본 적 있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2011년 LCD 패널을 비싼 가격으로 담합해 판매한 대만 일부 업체를 상대로 9년간 소송전을 벌인 끝에 1심에서 승소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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