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일가 전횡 견제 못 한 이사회 비난
을지재단 산하 강남을지병원 개원 당시 병원 내 알짜 사업인 1층 카페 운영권을 당시 10대였던 자녀 4명에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회장 일가는 자녀 명의까지 동원해 병원 내 알짜 사업을 독식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견지해야 하는 재단 이사회가 회장 일가의 이권 챙기기를 견제하지 못할망정 방치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26일 학원·의료 업계에 따르면 2009년 9월 강남을지병원 1층에 들어선 '카페105강남을지병원점' 대표는 박 회장의 자녀 4명이었다. 각자가 공동 대표인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이들은 당시 모두 10대였으며, 가장 나이가 어린 자녀는 12살도 되지 않은 초등학생이었다.
서울 시내 중대형 병원은 항상 환자와 환자 가족들로 붐비는 만큼 별다른 홍보 없이도 수익이 보장되는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꼽힌다. 명의상 대표자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는 박 회장을 포함한 재단 일가가 매장을 관리하며 수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카페는 병원 개원 2년여 뒤인 2011년 12월12일 폐업했다. 일각에서는 재단 일가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자녀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탈세 방법으로 타인 명의로 사업장을 연 뒤 개·폐업을 반복하며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수법이 있다. 이사회를 장악한 재단 일가가 병원 내에서 별도의 영리사업을 한 셈이니 이런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을지학원 측은 "2009년 당시 강남을지대병원은 직원수 30여명의 소규모 병원으로, 해당 카페는 테이블 약 3개 크기의 소규모 점포였다"면서 "당시 적자로 인해 2년만에 폐업한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탈세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을지재단 일가가 강남을지병원 1층 카페 운영을 독식할 수 있었던 것은 재단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재단 일가를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는 사업의 공익성을 흔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박 회장의 셀프 마약 처방, 셀프 부정 급여 수령 등 재단 일가의 부도덕한 전횡이 드러나며 재단 일가가 이사회를 사실상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짙어지고 있다.
을지재단과 그 산하 을지병원, 을지학원 등은 박준영·홍성희 부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을지재단 박 회장은 을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고, 을지병원 이사장은 그 부인 홍 이사장이다. 홍 이사장은 다시 을지대 총장을 맡고 있다.
을지재단은 최근 연합뉴스TV 주식을 비공식적으로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30.08%로 늘렸다. 현재 연합뉴스TV의 최대 주주는 연합뉴스로 29.89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을지재단이 신청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통과하면 연합뉴스TV의 최대 주주는 을지재단으로 바뀌게 된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