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결제, 쇼핑 등 추가한 슈퍼앱
성공하면 수익 커…독과점 논란 야기
머스크도 '엑스' 통해 눈독 들이는 중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한 지 1년여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머스크 CEO는 플랫폼에 수익화 옵션을 여러 개 추가하고, 사명도 엑스(X)로 변경했으며, 나아가 핀테크(fintech) 기능과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 기능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한 마디로 머스크의 목표는 엑스를 '슈퍼앱'으로 만드는 겁니다. 슈퍼앱은 한 개의 앱 안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이용자의 사회·금융 활동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겁니다. IT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가라면 누구나 슈퍼앱을 만들고픈 열망에 사로잡힙니다.
인터넷 사업가는 왜 슈퍼앱을 원할까
현재 진정한 의미로 '슈퍼앱'을 달성한 대표적 기업은 중국 '위챗'입니다. 위챗은 중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메신저 앱으로, 전체 국민 10명 중 9명은 위챗으로 소통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단순 메신저에 불과했던 위챗은 이후 금융, 모빌리티, 쇼핑, SNS 서비스 등을 추가하면서 슈퍼앱으로 거듭났고, 이제 중국인은 위챗에서 대화하고 택시를 예약하며, 소비 활동을 하고 자신의 계좌를 만듭니다.
슈퍼앱의 장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한 플랫폼 내에 있는 이용자를 새로운 서비스로 쉽게 옮겨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동일한' 플랫폼에 새 기능이 포함됐을 뿐이니, 아무런 진입 장벽이 없는 셈입니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스케일 업(사업 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소비자 데이터를 완전히 한 기업 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요.
위챗을 보유한 중국 텐센트는 이제 중국 최대의 IT 복합 대기업으로 거듭났으며, 시가총액은 500조원을 넘나듭니다. 슈퍼앱을 달성한 플랫폼이 회사를 어디까지 밀어 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위챗의 치명적 단점은 '중국 기업'이라는 겁니다. 다른 서구권 인터넷과 비교해 매우 특수한 환경인 중국에 맞춰 제작됐고, 이 때문에 수출이 매우 힘듭니다. 즉 다른 나라에서도 위챗을 벤치마킹해 자체 슈퍼앱을 구성할 기회가 놓여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IT 산업이 발달한 여러 선진국에는 슈퍼앱을 자처하는 비즈니스가 한두 개쯤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슈퍼앱은 단연 카카오겠지요. 미국에는 메타가 있습니다.
유럽에는 영국의 '레볼루트'라는 핀테크 회사가 슈퍼앱의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럽권에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기업은 모바일 송금업체로 시작해 해외여행 예약은 물론 채팅 기능까지 추가하는 등, 슈퍼앱의 전철을 착실히 밟아나가는 중입니다.
성공하면 대박, 리스크도 커…'독 든 성배'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슈퍼앱 화에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또 슈퍼앱의 자리를 차지한들 계속 수성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슈퍼앱이 '독 든 성배' 취급 받는 이유입니다.
가장 큰 논란은 슈퍼앱은 본질적으로 독과점 논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반경쟁 문제에 매우 민감한 서구권의 경우 이 딜레마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거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는 독자적인 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사업을 출범했다가 각국 정부 및 은행권의 견제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초대형 SNS인 메타가 은행을 거치지 않은 송금·결제 서비스까지 가져가는 것을 규제당국이 용납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미 성숙한 플랫폼의 슈퍼앱 화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몰아낸다는 우려, 또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일명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슈퍼앱 전략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카카오가 몸소 겪은 바 있으며, 홍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일 카카오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두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는 한 택시 기사의 요청에 "약탈적 가격을 이용한 부도덕 행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슈퍼앱의 천국인 중국에서도 슈퍼앱 자리를 지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전자상거래, 핀테크, 자체 결제 체계까지 슈퍼앱 생태계를 갖춘 중국 '알리바바'를 일으킨 마윈 창업자는 중국 규제당국의 직접적인 견제로 인해 계열사 앤트 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취소되는 일을 겪었지요.
독과점 문제, 정치권과의 마찰 등 다른 기업이 겪은 전철을 지켜봤으면서도, 많은 회사가 여전히 슈퍼앱을 갈망하는 건 그만큼 보상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머스크의 경우 '슈퍼앱 소유'는 평생의 숙원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위챗을 여러 차례 칭찬한 바 있고, 현재 엑스에 추가하려는 데이트, 결제 등 기능은 모두 위챗의 성장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그의 도전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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