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일반인 최대 10만명 뽑아 디지털화폐 실험…바우처 기능 적용

23일 한은-금융위-금감원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계획 발표
공공 바우처 대금 지급 중심 서비스 개선
테스트 참가 은행 통해 이용자 모집해

한국은행이 내년 4분기 중 일반인 최대 10만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거래 테스트에 나선다고 밝혔다. 내년 9~10월경 테스트 참가 은행을 통해 이용자 신청을 받을 계획이며, 새로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중심으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23일 한국은행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실거래 테스트는 기존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CBDC 기반 예금 토큰 등에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적용하면 현재 공공 바우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높은 수수료, 복잡하고 느린 정산 프로세스, 사후 검증 방식의 한계, 부정수급 우려 등을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 추진 계획은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 테스트 대상 활용사례와 참여 은행 선정 방향 등을 포함했다. 은행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금 토큰을 발행할 수 있으며, 개인과 상점 등 실험 참가자 모집·관리, 이용자 지갑 개발, 이용 대금 지급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실거래 테스트 참가 은행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3분기 말까지는 확정할 예정이다. 이용자 선정 기준에 대해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어떤 바우처 프로그램을 하느냐에 따라서 세부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 구성 예시./이미지=한국은행

테스트는 발행-유통-지급 단계로 구성될 예정이다. 먼저 발행의뢰기관 의뢰로 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부여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이용자가 이를 이용해 사용처에서 물품 등을 구매한 후, 사용처 앞 대금이 지급되는 단계다.

우선 한은, 금융위, 금감원은 유관기관과의 협의와 법령 검토를 거쳐 실거래 테스트 참가 은행들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시범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더해 각 참여 은행들이 자체 또는 공동으로 추진할 바우처 기능 관련 개별 과제를 추가 제안하도록 할 계획이다. 테스트 취지를 고려해 테스트 기간 중 예금 토큰은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통한 대금 지급 방식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개인 간 송금 등은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실거래 테스트 외에도 가상환경에서의 기술 실험을 진행한다. 실거래 테스트와는 별개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 발행·유통 과정 등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세 가지 활용사례를 선정했다. 가상환경에서의 기술 실험에는 희망하는 모든 은행이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진행한다.

새로운 형태의 자산(탄소배출권) 유통 기술 실험 구성안./이미지=한국은행

우선 한국거래소와 협력해 CBDC 시스템과 외부 분산원장 시스템(탄소배출권 거래 모의 시스템)을 연계해 탄소배출권과 특수 지급 토큰 간 동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가상의 발행업자가 토큰화된 자산을 일반인에게 공모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를 상정해, 청약 신청 금액에 해당하는 예금 토큰을 처분 제한 조치하고, 최종 물량 배정 후 토큰화된 자산 배정량에 해당하는 자금만 이체가 이루어지는 스마트계약 활용 메커니즘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BIS가 제시한 통합원장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은행 자체적으로 CBDC 시스템 내 가상의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 후, 금융기관들이 해당 증권을 기관용 CBDC를 활용해 동시 결제하는 실험도 실시할 계획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