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끝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의 'T1'은 온 국민의 응원을 받았다. '길거리 응원'까지 등장했다. 한국팀 중 유일하게 생존한 T1이 8강, 4강, 결승에서 잇달아 중국팀을 물리치고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5년 바둑 농심배에서 홀로 남은 이창호 9단이 중국과 일본 선수 5명을 줄줄이 꺾고 단체전 우승을 이끈 '상하이 대첩'에 비유하는 이도 있었다.
T1은 하나의 프로팀일 뿐이지만 '국가대표' 대접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알렸다"며 축전을 냈다. SK텔레콤도 '우승 프로모션'에 나섰다. T1은 2004년 'SKT T1'으로 출발했고, 2021년 SKT에서 인적 분할된 SK스퀘어 자회사로 편입됐다. SKT는 T1과 분리됐지만, 메인스폰서로서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벤트 대상이 '0 고객'이다. 0 고객이란 14세에서 34세 사이의 SKT 가입자를 뜻한다. 숫자가 시작되는 0과 젊음을 뜻하는 'Young'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0 고객 중에서 응모한 5234명을 추첨해 미국 서부 여행권 등을 준다. SKT측은 "지난 6월부터 0고객 대상으로만 T1 팬 미팅 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0고객만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평소의 이벤트와 우승 이벤트가 같을 수는 없다. 체육 기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도 우승 이벤트에 '연령 제한'을 본 적은 없다. 'SKT T1' 시절인 2016년 롤드컵 우승 당시 SKT 전용폰을 구매한 고객이 이벤트 대상이었다. SKT 가입자 한정인 점은 같지만, 나이로 차별하진 않았다. 종목은 다르지만,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이후 LG전자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가전제품 29%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과 광화문 길거리 응원 현장에는 가족 단위 팬들도 제법 많았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20대는 어느덧 40대가 됐고, 여전히 e스포츠의 팬의 중심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e스포츠 실태조사'를 보면 40~50대 중 67.5%가 1년 이내에 e스포츠를 본 경험이 있다. 10~30대가 압도적일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많은 중장년층이 e스포츠를 보고, 즐긴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의 열기가 모여 국민적 응원을 받은 ‘롤드컵’을 SKT는 ‘그들만의 축제’로 깎아내린 것 같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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