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치를 다시 추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 등이 긴축 장기화 여파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만큼 정부가 올해 8월 발표한 국세수입 전망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세수오차 발생원인과 2024년 국세수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361조4000억원으로 앞서 정부가 전망한 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내년 법인의 영업실적 감소와 부동산 시장의 더딘 회복세로 인해 정부의 세수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예정처는 내년 정부 전망치 대비 법인세 2조7000억원, 양도소득세 1조3000억원, 부가가치세 3000억원 등 추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 하반기 법인의 영업실적 감소세는 다행히 둔화할 것으로 봤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높은 금리로 인한 대출수요가 제약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거래량은 물론 가격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경상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대비 0.7%포인트 줄어든 4.2%, 실질성장률 역시 0.4%포인트 감소한 2.0%로 예상했다. 통관수출 증가율은 7.2%로 1.6%포인트 줄고, 통관수입 증가율은 반대로 2.7%포인트 늘어난 5.7%로 예측했다. 예정처는 내년 경기 하방 요인 등을 고려한 세수 결손에 대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수 재추계 검토 요청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앞서 예특위 역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에서 내년 국세수입 전망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내년 전망 시점에서 불과 4개월 만에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해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예특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거시경제의 변동 요인으로 발생하면서 실질성장률과 물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까지 세수 결손이 확대할 경우 당장 지방자치단체들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올해 세수 부족으로 지방교부세 수입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대표적인 지방세수 세목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족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정부는 내년 세수 재추계 필요성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다. 내년 세수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추계를 다시 할 만큼 대외 경제 여건의 큰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수 재추계 시 최근 경제 상황을 반영한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재추계의 경우 무조건 세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사전적인 예측을 전제하기보다는 현재 경제 상황이 추가적인 변화 요인이 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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