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전기차 가격 인하 출혈경쟁이 심화하자 결국 전기차 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기존 물량 공세 전략을 접고 수익성과 투자 회수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포드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투자 계획의 일부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포드는 "가격 하방 압력을 견디지 못해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액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의 지출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올 3분기에만 총 13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 전기차 부문 매출이 26%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손실폭은 2배 확대됐다. 포드는 앞서 지난 7월 전기차 부문의 올해 연간 손실액 전망치를 기존 30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확대한 바 있다.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 여파로 인해, 포드는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드의 전기차 생산 대수당 손실액은 올 3분기 기준 3만6000달러로, 전분기 손실액(3만2350달러) 대비 크게 늘었다.
존 라울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 시점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수익성과 성장, 투자 회수 등에 균형을 맞춰 전기차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고 더 많이 하락하고 있어 적자를 감내하며 무리하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사업 실망감에 이날 정규장에서 1.65% 하락 마감한 포드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대 하락 중이다.
한편, 포드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한 438억달러(약 59조3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억달러로 전년동기(-8억2700만달러) 대비 흑자전환했다.
포드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전기차 사업 전반에 걸쳐 판매가 증가했다"면서 "포드의 인기차종인 F시리즈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로 기록되며 47년 연속 선두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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