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시간 없을 정도로 열악한가" 논란
버스기사, 구인난에 근무 강도 보다 강해져
한 마을버스 기사가 운전석에서 신호 대기 중 급하게 컵라면 먹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호 대기 중 마을버스 기사님의 라면 식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지금 시각 밤 11시 30분이다. 버스 내부에서 '후~ 후루룩' 소리가 들려 주변을 봤더니 마을버스 기사님이었다"며 "기사님은 신호가 멈출 때마다 한 젓가락씩 먹으면서 신호가 바뀌는지 확인했고, 신호가 풀리면 내려놓고 다음 신호에 다시 먹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마을버스 기사는 신호를 기다리는 틈을 타 운전석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이 탑승한 장소가 회차지 바로 다음 정거장이라고 밝히며 "아무래도 휴게 공간에서 라면을 가지고 탑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 (처우가) 이렇게 열악하냐. 마음이 좋지 않다. 버스 기사가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처우 개선 좀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사연을 접한 누리꾼의 시선은 엇갈렸다.
버스 기사를 안타깝게 본 누리꾼은 "가족분들 보시면 너무 마음 아프겠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게 안쓰럽다" 등 반응을 보였다. 그중 마을버스를 운행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저도 김밥 주문한 거 찾아서 손님 태운 상태에서 먹으면서 운행했던 게 기억난다"고 공감을 표했다.
반면 운전 중 식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요기를 때우시려는 목적으로 빵이나 김밥까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승객들 태운 상태로 뜨거운 국물이 있고 젓가락까지 사용하는 컵라면을 굳이 운행 중 드셔야 하냐" "운행 중에 위험하게 이래야 했나" "힘든 건 알겠는데 다른 사람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등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5년 새 3000명대서 2000명대로 '뚝'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가지 못하는 험로나 골목길 등을 누비며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 불리는 마을버스가 각종 어려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중교통 요금 동결과 기름값 상승 등으로 인해 주요 운수업체의 재정이 악화했고, 버스 기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이유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2019년 3496명에서 지난해 2756명으로 26.9%(740명)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291명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명씩 줄어든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노선 수는 249개에서 250개로, 차량 대수는 1634대에서 1662대로 증가했다.
마을버스 운수업체 관계자들이 꼽는 구인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처우다. 마을버스 임금 단체협약에 따라 책정된 지난해 기준 서울 운전기사 임금은 292만원으로,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운송회사가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근무 강도는 보다 강해졌다. 특히, 마을버스 기사의 경우 주 6일을 근무함에도 시내버스와는 달리 초과 수당도 없다. 한 달에 쥘 수 있는 월급도 300만원 미만이기에 업계에서도 마을버스 노동 강도가 세기로 악명이 높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오죽하면 마을버스 운전으로 3년 버티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겠냐"며 "적어도 일한 만큼이라도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