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버리기로 했다. 나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강도를 낮추고, 호흡이 편한 상태로 뛰었다. 그렇게 천천히, 꾸준히 뛰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내 다리를 봤다. 내 다리가 원래 이랬나 싶었다. 매끈하던 다리에 전에 없던 근육들이 오밀조밀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오래 뛰어도, 빨리 뛰어도 아프지 않다. 전에는 전력 질주로 달리던 속도가, 지금은 호흡이 편한 속도가 됐다. 달릴 수 없는 몸에서, 달릴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그저 시간이 필요했다. 내 몸이 변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못 견디고 조급한 마음에, 나는 달리기와 맞지 않는 사람이야, 라며 그만둬 버렸다면 내 인생에 큰 부분이 상실됐을 것이다. 인간이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뻔한 사실을 잊었다면, 나는 여전히 내 몸을 탓하며 안 좋은 체력 때문에 골골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목표가 높을수록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들 되는데 나만 안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종종 그 기분을 못 견디고 무언가를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그건,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 생긴 착각이다. 순간에 변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변화에 필요한 기나긴 시간을 견뎌왔을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변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자꾸 시선을 외부로 돌리다 보니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아무리 닿기 힘든 목표라도,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닿기 마련이다. 하지만 왜 나만 안될까,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면 이렇게 되뇌어 보자. "나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나에겐 그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거야."라고.
-강주원, <보통의 달리기>, 비로소,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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