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립 고등학교 학생에게 무료 제공 추진
주지사 "성 건강에 중요하지만 예산이 부족"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든 공립고등학교 학생에게 콘돔을 무상으로 지급하려고 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좌초됐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최근 주의회 상원에서 통과된 ‘청소년 성 건강 : 피임 도구’ 법안에 대해 "콘돔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청소년의 성 건강 개선에 중요하지만, 공립 학교에 예산 지원 없이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9일(현지시각)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캘리포니아주의 모든 공립고등학교(9∼12학년)가 학생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소매업체가 청소년에게 콘돔 판매를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캐롤라인 멘지바르 주 상원의원은 앞서 법안을 발의하며 "성생활을 하기로 결정한 청소년들이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에서 자신과 파트너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을 지지한 청소년 건강단체 '청소년 건강 워킹그룹'은 성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의 콘돔 사용률이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성적으로 활발한 청소년의 거의 절반이 마지막 성관계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94% 이상이 성병(STI) 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섬 주지사는 법안을 지지하지만 예산 문제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는 지속적인 재정 위험과 세입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과 같이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고려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재정 적자 규모는 300억달러(약 40조 4700억원)가 넘는다. 반면 지난 2022∼2023학년도 기준 캘리포니아의 공립고등학교(9∼12학년) 학생 수는 194만명에 달해, 당장 지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프랑스는 18~25세 콘돔 무료 시행 중
프랑스의 경우 정부 방침에 따라 약국에서 18∼25세에게 콘돔을 무료로 제공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청년 보건을 주제로 개최한 국가재건위원회에서 "피임과 성병 예방을 위한 작은 혁명"이라며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콘돔 사용은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의 원인인 HIV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균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확한 콘돔 사용 수칙을 지킬 시 HIV 감염에 대해 100%에 가까운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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