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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마수 뻗친 도박·마약…대응 법안은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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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월 불법도박 상담1406건
도박 경험 연령 평균 11.3세
상반기 10대 마약사범 273명
신속한 사이트 차단 필요

어른들만의 범죄로 인식됐던 불법도박과 마약이 심각한 청소년 범죄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도박·마약 정보를 접하는 주요 경로인 온라인 불법 사이트 등을 신속하게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5건 발의돼 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없다. 불법 정보는 빨리 유통되는 반면 처분 속도는 더디다 보니 완벽한 차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청소년에 마수 뻗친 도박·마약…대응 법안은 국회서 '낮잠'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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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낮아지고 상담 늘고…불법도박 '위험'= 10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상담 건수는 140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에 이미 육박한 수치다. 연도별로는 2018년 1027건, 2019년 1459건, 2020년 1286건, 2021년 1242건, 2022년 1460건을 기록했다.


10대들이 도박을 경험하는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22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처음 도박을 접하는 나이는 평균 11.3세로 나타났다. 도박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2017년 18.2세에서 2022년 17.6세로 하락했다. 특히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불법 만화·음란물 사이트 등을 통해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불법도박이 아닌 일종의 게임이라는 인식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경찰에 도박 혐의로 붙잡힌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0대 도박 입건 현황’에 따르면 도박사범 피의자는 2018년 104명, 2019년 99명, 2020년 190명, 2021년 134명, 2022년 122명으로 나타났다. 도박이 부르는 2차 범죄도 문제다. 친구들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거나 금전·금품 절취를 통해 자금과 빚을 충당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난 8월 광주와 전남 목포, 해남 등지에서 차량 내부에 보관돼 있던 현금 등 총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로 A군(18)이 구속됐다. A군은 인터넷 도박에 사용할 자금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청소년에 마수 뻗친 도박·마약…대응 법안은 국회서 '낮잠'

◆끊이지 않는 마약 사건= 청소년 마약 문제 역시 위험한 수준이다. 조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10대 검거 인원은 2018년 104명, 2019년 164명,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 2022년 294명, 올해 1~6월 27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 고등학생 시절 공부방 용도로 빌린 오피스텔에서 2억원대 마약을 유통한 10대 3명이 각각 5~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은 고교 2~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하거나 소지·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0대 사이에서 마약이 확산하는 이유는 거래와 투약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판매자와 구매자는 서로 만나지 않고 물건을 주고받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한다. 청소년기엔 또래문화를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고, 일부의 마약 구매와 투약은 주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싸진 마약은 청소년들이 구매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마약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이고, 펜타닐은 1만원대”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자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국회엔 '신속 차단' 법안 계류= 현재 온라인상에서 도박·마약 등 불법 정보는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는 1~2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사이트 신고·차단 등 행정 처리를 진행하는 데는 약 3~6주가 소요된다. 일주일에 2번의 회의가 열리고, 평균 2000여건을 심의하다 보니 효율적인 대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회에는 신속한 사이트 차단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개정안’ 총 5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명희·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도박 또는 사행성 정보 등 불법 정보로부터 이용자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해 서면 의결을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박완주·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영상회의 방식을 활용해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모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정보 차단과 함께 도박·마약 중독에 대한 예방·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춘기 때는 충동 조절이 어려운 시기이고, 중독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 친구들이 한다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며 “불법 사이트에 대한 신속한 차단과 강력한 처벌로 청소년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박·마약 중독이 질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와 재활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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