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하마스 공격 행위 규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양측의 사망자가 1500명에 달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800명 이상이 숨지고, 26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새벽 하마스 무장대원이 침투한 이스라엘 남부 지역의 상황이 정리되면서 사망자 수가 전날보다 약 100명 증가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약 150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다며 이들의 생사가 불투명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망자와 인질 중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등 외국인도 포함됐다.
가자지구에서도 사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자가 687명, 부상자가 37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집중 공습이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양측의 사망자는 전쟁 사흘째인 이날 최소 1487명, 부상자는 최소 6326명이 넘게 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 폭격을 지속할 경우 그 보복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전 경고 없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포로 중 한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보복을 막기 위해 인질을 '인간 방패막이'로 삼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에 침입해 민간인 수백명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데려갔다. 이 중에는 외국인들도 포함됐다. 하마스가 밝힌 인질은 100명 이상으로, 이스라엘은 15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유엔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 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먼저 가자지구 접경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이뤄진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에 대해 나의 절대적인 비난을 반복하는 것으로 말을 시작하려 한다"며 "어떤 것도 이 같은 민간인을 향한 테러와 살인, 납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에 즉각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반격과 봉쇄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이해하지만 군사작전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돼야 한다"며 "민간인은 언제나 존중되고 보호돼야 하며 민간 인프라는 공격 목표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도 '깊은 고통'을 느낀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매우 심각했고, 이젠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측에 신속한 평화 협상을 양측에 촉구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양측간 무력 충돌로 미국의 외교정책도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미국 대(對)중동 정책의 축인 이스라엘이 공격을 당하면서 외교를 통한 중동 안정화 정책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이 관여하는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으로 2개로 늘어나면서 안정적 대외관계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도 난항에 빠졌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공격은 세계가 새로운 혼란의 시대에 빠졌을 수 있다는 신호"라며 "일부 국가와 정치 집단은 결과가 굉장히 끔찍할 것이란 두려움을 뒤로한 채 큰 위험을 감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지배적 강대국이 아닌 데다, 국제사회가 다극화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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