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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퇴직금 미지급, '직장 외 괴롭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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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퇴직금 미지급, '직장 외 괴롭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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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을 다니던 30대 초반 직원 한 명이 지난해 12월 사표를 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합격해 이직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연차와 시간외 보상휴가 등 남은 휴가까지 쓰고 입사 만 1년에 맞춰 12월31일자로 퇴사하기로 했다. 퇴직금 수령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에게 예상하지 못한 '괴롭힘'이 닥쳐왔다. 사측이 이중 취업이라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고 12월21일자로 강제 퇴사시켰다. 아울러 시간외 보상휴가를 삭제하고 복지포인트 회수 등 조치도 취했다. 결국 그는 퇴직금을 못 받고 오히려 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사측은 회사 취업 규칙상 이중 취업에 해당하는 정당한 해직 사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중 취업 규정은 재직 중인 회사의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 경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퇴직금 지급 거부가 일종의 '무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퇴직금 지급을 활용하는 '직장 외 괴롭힘'은 생각보다 많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직원 4명은 임금 체불로 단체 퇴사했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2명은 법적 다툼의 시간적, 금전적 부담 때문에 결국 퇴직금을 포기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체불 사업주를 대신해서 퇴직금을 지급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대지급금은 지난해 기준 2057억원이 지불됐다. 이 액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퇴직금을 받지 못했는데 법정 싸움을 하기엔 시간·비용이 부담되거나, 절차를 몰라서 포기한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도 퇴직금 미지급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



사용자가 퇴직금과 관련해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다. 정부는 보다 철저하게 근로감독행정에 나서야 한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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