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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병역면탈 실형 없다… "걸려도 군대 갔다 오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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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병역면탈 실형 없다… "걸려도 군대 갔다 오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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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건장했던 20대 남성 A씨는 2015년 육군훈련소에 현역으로 입소했다. 하지만 그는 입소한 지 얼마 안 돼 군의관과 면담하며 "죽고 싶다"고 말했다. 군의관은 A씨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진단하고 입소 나흘 만에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귀가 후에도 6개월간 국립건강정신센터에서 약 10차례 진료를 받았다. 그때마다 "잠이 안 온다", "의욕이 없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입대했는데 귀가 조처를 받아 좌절했다"고 말하는 등 정신질환을 호소했다. 임상 심리 검사에서도 '지적장애'라는 소견이 나왔다. A씨는 결국 2016년 경기북부병무지청 신체검사 결과 우울장애 등으로 신체 등급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판정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연기였다. A씨는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기 위해 정신질환이 있는 척을 했다.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다거나 우울하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 고교 시절, 대학에서도 성적이 좋았고 인터넷 방송도 2년 진행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휴대전화도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의정부지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년간 모두를 속인 '병역 사기극'을 벌였음에도 실형을 피한 것이다.

최근 2년간 병역면탈 실형 없다… "걸려도 군대 갔다 오면 그만" 병역판정검사 중 심리검사를 받는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같은 병역면탈자 대부분은 기소되더라도 실형 판결을 받지 않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무청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제출한 '병역면탈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우리 법원이 병역면탈자에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없다. 2021년 1월~2022년 7월 병역면탈자 36명이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지만 12명이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24명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20년에는 3명(징역 1년 1명, 징역 6월 2명)이 실형을 받았지만, 전체 병역면탈자 46명 중에 6%에 불과했다.


최근 2년간 병역면탈 실형 없다… "걸려도 군대 갔다 오면 그만" 2022년 10월 국정감사 때 병무청이 제출한 '병역면탈자 적발 현황' 자료 중 병역면탈자 유죄 처분 현황 [사진=문서파일 캡쳐]

장달영 변호사(LAW&S 스포츠문화법정책연구소 대표)는 이와 관련해 본지에 "(현황이 이렇다 보니) 병역면탈을 노리는 범죄자들 사이에선 걸려도 징역 살지 않고 복무하면 그만 아니냐는 도박 심리가 생긴 것은 아닌지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병역면탈자들도 이런 심리로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병역브로커들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며 병역면탈을 알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병역면탈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뇌전증학회는 허위 뇌전증을 통한 병역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질병을 악용해 범죄행위를 일으킨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아내는 등 수법으로 병역 회피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브로커 김모(38)씨가 전날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앞서 또 다른 브로커 구모(47)씨를 지난달 21일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긴 데 이어 또 한 번 핵심 인물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구속된 김씨 등을 통해 조력자가 더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구씨가 차린 행정사 사무소의 지역 지사를 맡아 운영한 인물이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수천만원씩 받고 병원에서 뇌전증 등 정신질환을 허위로 진단받고 병역을 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운 혐의를 받는다. 구씨는 인터넷상에 자신을 '병역의 신'으로 홍보하며 버젓이 활동했다. 구씨 등을 통해 병역을 면탈한 사람은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스포츠, 연예계, 법조계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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