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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남편이 바람났다 ‘마침표 없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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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사랑하는 남편의 외도로 고통 받는 아내의 이야기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가 가정파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10여 년의 고통스러운 퇴고 작업 끝에 탈고한 작품으로 세밀한 묘사와 찰진 대사가 돋보인다. 자전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소설로, 간통죄가 페지된 요즈음의 부부관계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그 울림의 파장이 크다. 책 출간 전부터 영상화 논의가 있을 정도로 핫한 작품이다.

[책 한 모금] 남편이 바람났다 ‘마침표 없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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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은 한 여자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또 다른 여자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거렸다. 8월 말, 헬스장은 창사 기념일이라 문을 닫았고 은희는 목포에 내려가 있었다. 만만한 게 등산이었다. 그는 등산복을 챙겨 입고 가까운 산을 찾았다. 산 중턱에 올랐을 때 두 여자가 앞서가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 작고 마른, 단발머리 여자는 은희와 체격이 비슷했다. 미모는 아니었지만 귀염성이 있었다. 형민은 천천히 그들 뒤를 따랐다. 그녀의 이름은 유경이었다. 그녀는 간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유경이 형민에게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기회는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다른 여자가 그녀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용변이 급한 모양이었다. 형민이 유경에게 다가갔다.


어느 땐 두 여자를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렵다는 문자를 은희에게 보낸다는 게 유경에게 가는 일이 발생했다. 유경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고 은희를 따돌린다는 게 둘 다 유경에게 간 것이었다. 사랑한다거나 일상적인 인사는 동시에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 다 ‘당신’으로 통하고 있어서 여자들이 오해할 일은 없었다. 드물게는 경아 번호를 누를 때도 있었다.


“그 난리 속에서 전화하고 문자 보낸 게 사랑 아니고 뭔데? 당신 스스로 생각해 봐. 땡전 한 푼 못 벌고 빚만 진 주제에 그런 여자한테 돈 쓴 게 잘한 일인지.”

“선물 사준 적 없어.”

“선물 얘기가 아니잖아. 숙박료는 누가 냈는데?”

“…….”

“아무리 뻔뻔한 년도 숙박업소에서 얼굴 들고 돈 내지는 않았을 거 아냐. 그건 그렇다 치자, 내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좀 전까지 내통한 게 말이나 돼? 내일도 모레도 계속하겠다는 거 아냐!”

“당신 같으면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이 할 수 있겠어?”



마침표 없는 편지 | 이창해 지음 | 창해 | 392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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