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올 겨울 유독 춥다는데…" 거리 위 노숙인들, 겨울나기 '비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올 겨울 '한파' 전망…길거리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 목소리
서울시, '한파 취약계층 보호' 나서
시민단체 "노숙인시설, 코로나 감염에 취약…주거형태로도 적절치 않아"

[르포]"올 겨울 유독 춥다는데…" 거리 위 노숙인들, 겨울나기 '비상' 지난 15일 오후 서울역 주변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김서현 기자 ssn3592@
AD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서 만난 노숙인 A 씨. 그는 박스더미와 천을 엮어 만든 그의 거처를 정리하고 있었다. 추위로 얼굴이 벌겋게 익은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고 때문에 출근 시간엔 자리를 숨겨두고 나간다"고 말했다.


A 씨를 만난 날(15일)은 서울 최저기온 5도로, 야외에서 잠을 청하기엔 혹독한 날씨였다. '밖에서 자기엔 춥지 않냐'고 묻는 기자에게 A씨는 "너무 춥다. 그런데 겨울이 춥지 안 춥겠냐"고 툭 던지듯 답하고, 옷을 단단히 여민 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올해 첫눈은 지난해보다 30일이나 빨리 내렸다. 온난화로 북극 상공에 있는 영하 50도 안팎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온 것이 원인으로, 이 때문에 올겨울 추위도 혹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기상청의 3개월 날씨 예보에 따르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월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절기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은 여전히 거리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거리 노숙인(시설 입소자 제외)은 596명으로 이 중 250여명이 서울역 인근에서 머물고 있다.


이에 길거리 노숙인들의 한파 나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추위에 생명을 위협받는 노숙인들의 현실에 대해 정부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시기 거리 홈리스에 대한 주거지원이 시급하다"면서 "홈리스와 쪽방·고시원에서 거주하는 비적정 거처 거주민에게 안전숙소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르포]"올 겨울 유독 춥다는데…" 거리 위 노숙인들, 겨울나기 '비상' 지난 15일 오후 서울역 주변에서 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김서현 기자 ssn3592@


시민단체는 거리노숙인들에 대한 동절기 대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동절기 대책을 살펴보니 여전히 여럿이 자는 일시보호시설 형태가 많다. 이는 화장실·욕실·세면장 등이 모두 공용이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고,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주거형태로도 맞지 않다"며 "코로나19 이전의 노숙인 대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숙인을 향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선 "노숙인(에게 임시보호)시설을 권유하는 것은 사실 각자에게 주거를 지원하는 비용보다 여럿이 한 공간에 입소시키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가난한 이들에게 그런 주거가 당연시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 취약한 주거를 감내해도 되는 2등 시민으로 보는 관점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15일)부터 '겨울철 종합대책'을 가동하고 노숙인을 비롯해 취약어르신·쪽방주민·저소득가구·장애인 등 건강에 취약한 한파 취약계층 보호에 힘쓸 예정이다. 노숙인 밀집 지역 거리 상담 인력도 132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