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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탄소중립하다니…" 속타는 시멘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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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배출량 55% 감축해야…최소 20조~30조원 비용 필요
연매출 4조 불과 여력 없어…대출받아 탄소저감 시설 투자
"십수년 걸쳐 대규모 투자 부담, 정부 금융·세제 지원 등 해줘야"

"빚내서 탄소중립하다니…" 속타는 시멘트업 킬른과 시멘트 제조설비. 사진의 푸른색 구조물이 탄소중립을 위해 신설 또는 확충되는 설비들이다. [사진제공=쌍용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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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여력이 없어 대부분 업체가 대출을 받아 탄소저감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과속에 시멘트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계는 2018년 대비 2050년 탄소배출량 55% 감축하라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친환경 설비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방향이 정해졌으니 그 길을 가야하는데 자금사정이 어려워 걱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29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필수 국가기간산업으로 철강·석유화학과 함께 3대 탄소배출산업인 시멘트산업의 경우 2050년까지 최소 20조~30조원 가량의 탄소중립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산업에 비해서는 예상 비용이 적은 편이지만, 산업규모에 비해서는 부담스러운 규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의 탄소중립 비용만 최소 40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최대 27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고, 철강협회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적용에만 109조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등 탄소중립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연간 매출규모가 4조원에 불과한 시멘트산업이 수익의 대부분을 매년 탄소중립에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 시멘트가격 대비 탄소배출권 구매비용 비중은 42%에 달한다. 철강(14%)의 3배, 석유화학(4%)의 10배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58%로 원료 구매와 제품생산, 탄소중립 설비투자, 경영, 세금납부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마른 수건을 짜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시멘트를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산업 붕괴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시멘트협회는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6월 산은과 한국시멘트협회, 삼표시멘트·쌍용C&E·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한라시멘트 등 7개 시멘트사는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5년까지 시멘트산업의 탄소저감 시설투자에 1조원을 1.0%대의 우대금리로 지원해 주기로 했지만 장기적으로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이마저도 빚이라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협약 이후 4개월 만에 모두 6건, 총 3046억원의 대출이 진행됐지만, 일부 업체는 협약을 체결하고도 아직 대출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 8월 대출받은 260억원을 친환경 설비구축에 추가 투자한 S사 관계자는 "일회성 투자가 아닌 매년 지속적으로 십수년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저금리라고 하지만 매년 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진만 공주대 교수는 "시멘트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지만 매출규모가 적고 이윤도 크지 않아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각종 금융·세제지원 등 정부가 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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