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02 줄이고 나프타 얻고"…꿩 먹고 알 먹는 '고효율' 기술 개발

화학연 "전체 석유화학산업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7.4% 절감 가능"

25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탄소중립 기술 브리핑에서 한 연구원이 이산화탄소를 나프타로 전환하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산화탄소(CO2)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첫 손 꼽히는 물질이다. 이에 CO2를 포집해 다양한 화학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저효율ㆍ고비용 등 낮은 경제성으로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석유 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로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ㆍ저비용의 기술을 개발했다.

25일 오전 대전 대덕연구개발단지 내 한국화학연구원이 개최한 탄소중립기술 브리핑. 한 연구진이 시험용으로 가동되고 있는 시설의 파이프에서 잠금 장치를 풀자 노란 물질이 흘러 나왔다. 바로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 가스를 포집해 그 안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만든 나프타였다. 현장에 있던 김석기 화학연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저감할 수 있는 데다 석유를 정제해야 나올 수 있는 고품질의 나프타를 얻을 수 있는 '일거 양득'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로 생산된 나프타.

나프타는 우리나라에서 의류ㆍ섬유ㆍ플라스틱, 휘발유 등의 원료로 연간 약 5400만t 이상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데, 이 기술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만 약 6100만t에 달한다. 즉 이 기술을 전면 상용화할 경우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대량 저감하는 한편 석유 없이도 나프타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나프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기초 화학 원료로서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기존 800℃ 이상의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는 간접 전환 방식을 개선해 300℃의 낮은 온도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나프타로 직접 전환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특히 이산화탄소의 전환 효율이 낮고 일산화탄소, 메탄 등의 부산물이 다량 생성돼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문제점을 해결했다. 코발트를 원자단위로 철과 합금시킨 촉매를 개발해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 핵심 키포인트였다.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반응시키면서 부산물을 적게 생성하는 고성능 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직접전환 기술(16% 수준) 대비 37% 이상 향상된 22% 이상의 나프타 수율을 확보했다.

25일 한국화학연구원 관계자들이 이산화탄소를 전환해 만든 나프타를 병에 따라 보이고 있다.

203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인 '63.8기가와트(GW)' 중 잉여 전력(10%)을 동원한다고 치면, 이 기술을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는 453만t을 줄일 수 있고 나프타 254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전체 석유화학산업 온실배출량의 약 7.4%를 저감시킬 수 있는 양에 해당된다.

전기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전환 효율 향상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한 추가 연구가 수행될 예정"이라며 "수요 기업체들과 협업하여 파일럿 플랜트로 규모를 키우는 연구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촉매 분야 국제 저널인 'ACS Catalysis(IF:12.350)'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