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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심기 거슬러 죄송합니다" 전국 100개 대학에 붙은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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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 대자보
"화염병 던진 분들 집권…표현의 자유 용인될 줄 알았다" 비판

"대통령 각하, 심기 거슬러 죄송합니다" 전국 100개 대학에 붙은 '반성문'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이 지난 9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낭독하고 있다. / 사진=신전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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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 각하 죄송합니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건물, 전국 100개 대학에는 이같은 내용의 '반성문'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는 반성문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를 풍자·비판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자보를 작성한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반성문을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신전대협은 "이제는 대통령이 한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하셨다. 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했다는 이유"라며 "이 청년은 22개월간 조사당하며 집요하게 괴롭힘당했고, 휴대전화를 3개월간 압수당했다. 그러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고소를 취하하셨는데, 이에 반성문을 올린다"라고 대자보를 작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가 2030 세대의 삶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공정한 질서를 해체했다"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각하, 심기 거슬러 죄송합니다" 전국 100개 대학에 붙은 '반성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단체는 '조국 사태'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당시 휴가 특혜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대자보를 붙였다. 대학 생활 내내 화염병을 던지고 대자보를 붙이던 분들이 집권했기에 이 정도 표현의 자유는 용인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착각이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댓글이든, 대자보든, 전단이든 모두 탄압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말해서 죄송합니다. 다른 의견을 가져서 죄송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원해서 죄송합니다"라며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신전대협의 대자보는 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를 비롯해, 서울대·카이스트대·부산대 등 전국 100개 대학에 붙었다.


앞서 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는 지난 2019년 7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한 바 있다. 전단 내용은 문 대통령,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선대가 친일을 했다는 주장으로, 전단 뒷면에 "북조선의 개",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 등 비방 문구가 적히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같은해 12월 김 대표를 모욕죄로 입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은 고소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복수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대통령 각하, 심기 거슬러 죄송합니다" 전국 100개 대학에 붙은 '반성문'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17년 2월 JTBC 시사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자리에서 "권력자 비판은 국민의 자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사진=JTBC 방송 캡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2017년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국민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약 2년 만에 국민 개인을 모욕죄로 고소하는 것은 당시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통해 김 대표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와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한다"며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했다"라고 문 대통령의 고소 취하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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