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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甲' TSMC 반도체로 백신 외교 나선 대만…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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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주요국들이 대만 정부에 증산 요청을 한 가운데 최근 대만 정부가 반도체 증산의 대가로 독일 정부에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현지 매체인 대만 뉴스에 따르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관은 지난달 28일 토마스 프린츠 주대만 독일협회 대표를 만나 독일 정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만 백신 구매에 도움을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프린츠 대표는 왕 장관의 요청을 독일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이후 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반도체 부족 현상은 대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대만이 아직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일 대표에게 관련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甲' TSMC 반도체로 백신 외교 나선 대만…한국은? TSMC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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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은 독일·미국·일본 등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보유한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한 이후 이뤄졌다. 앞서 대만경제연구원은 대만이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을 교환하는 방식의 정책을 건의한 바 있으며, 이날 왕 장관의 언급으로 유추할 때 대만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파워'를 활용한 '백신 외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자동차가 주력 산업인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는 자국 경제의 생사가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시장부터 물량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산업적 파워를 활용한 대만의 외교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총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 세계적인 수급난으로 산업적 중요성은 당분간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TSMC는 최대 15%의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최근 반도체의 산업적 위상이 백신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왔다는 의미"라며 "한 대에 수백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자동차 산업의 경우 반도체 확보에 실패하면 산업 생태계의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은 주로 8인치 웨이퍼 공정이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주력 라인인 12인치 공정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엔 수익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증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인명을 좌우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 및 공정 조건도 훨씬 까다롭다.


'글로벌 甲' TSMC 반도체로 백신 외교 나선 대만…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적용 부문/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블로그


전문가들은 향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전망을 고려할 때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율을 높이고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C-V2X(차량 통신) 등 차세대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M&A를 준비 중인 삼성전자의 인수 후보 물망에 NXP,TI 등 자동차 반도체 업체가 오르내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반도체를 이용한 '백신 외교'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은 한국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으로 정부와 글로벌 산업계 핵심인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컨택포인트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다국적 제약사에 영향력이 있는 유럽·중동의 고위 인사를 만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희토류 소재 수출 제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처럼 산업 자원을 외교에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도 이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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