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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줄폐업에…용산의 씁쓸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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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매입·판매 늘어 반사이익
"코로나 특수까지는 아니지만 매출 늘어난 것 사실"

스팀 등 온라인 플랫폼 판매 늘어나며
게임전문상가 매출은 확 줄어

PC방 줄폐업에…용산의 씁쓸한 부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선인상가 한켠에 중고 PC들이 쌓여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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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21일 오후 중고 컴퓨터(PC) 매입ㆍ판매 중심상가인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내 선인상가는 분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식당ㆍ카페ㆍ주점ㆍPC방 등에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온 도시가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하지만 용산 전자상가 만큼은 눈코 뜰 새 없는 모습이었다. PC를 포장하기 위한 에어캡 일명 '뽁뽁이'ㆍ골판지ㆍPC부품 등을 나르는 손수레가 상가 구석구석을 누볐다. 좁은 통로에선 손수레와 손님들이 엉켜 정체되는 모습도 나왔다.


용산전자상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PC방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C방이 포함된 관광ㆍ여가ㆍ오락 업종은 1분기 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감소해 폐업률이 10.8%에 달했다. PC방에서 대거 매물로 나온 중고 PC들은 이곳에서 부품별로 재조립되는 등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한 중고 PC매매업자는 코로나19 이후 PC방이 폐업하면서 매입량이 10%가량 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코로나19로 매입량이 늘어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면서 "매입한 PC는 분해해 부품별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 늘어나도 부품 중 성능이 좋은 것은 곧바로 국내 소비자가 구매하고 조금 떨어지는 것은 해외로 수출해 판매처 걱정도 없다"며 "PC 매입가에서 7%정도가 이윤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PC부품을 취급하는 김성호(37)씨는 "최신 그래픽카드 등 인기 부품은 물건 떼오기가 무섭게 팔린다"며 "코로나19 특수까지는 아니지만 '어렵고 힘들다'하는 시기에 매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C조립 업체 직원인 한모(31)씨는 "중고 PC는 그대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 요구에 맞춰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며 "최근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집에서 게임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조립 주문 물량이 많아 바쁘다"고 말했다.

PC방 줄폐업에…용산의 씁쓸한 부활 21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 내 게임전문상가는 손님이 없어 휑한 모습을 보였다.


용산전자상가는 PC 부품, 게임 소프트웨어, 카메라 등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성지같은 장소다. 1980년대 청계천 상가의 대림, 세운상가 전자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계획시장인 용산 전자상가는 1987년에 개장해 올해로 34년째 용산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동굴처럼 복잡한 구조라고 해서 붙여진 '용던(용산 던전)', 악질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일컫는 '용팔이'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같은 용산전자상가지만 게임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스팀 등 온라인 상에서 게임을 구입하는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도 사실상 마지막 게임 전문상가로 남은 나진상가는 휑한 모습이었다. 빈 점포 사이로 찬바람이 불었다. 나진상가에서 콘솔 게임기와 게임팩 등을 판매하는 김모(50)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50%이상 줄었다"면서 "게임팩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하루에 2~3개 파는 날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게임기를 취급하는 최모(61)씨는 "최신 플레이스테이션5 같은 경우 대부분 온라인이나 직영점을 통해 판매에 나서 우리 같은 소매점은 만져보기도 힘들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은 비교하기도 힘들다. 대략 10분의 1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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