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 감염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단체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두고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확산세가 만만치 않아 효과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2주가량 지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선제적으로 대처수위를 높이는 한편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역현장, 전문가 의견에 보다 귀기울여줄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감염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학술단체 10곳은 20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이 주장했다. 단체는 "늦가을로 접어든 현재 코로나19 전파위험은 높아진 상태"라며 "최근 거리두기 방안은 이전에 비해 완화된 기준으로 개편돼 전파위험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명에 참여한 단체 가운데 한 곳인 학국역학회가 최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감염재생산지수가 1.5(환자 1명이 1.5명에게 전파시키고 있다는 뜻)를 넘어섰다면서 "효과적인 조치 없이 1~2주가 지나면 일일 확진환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유행이 번진 탓에 각 지역별로 역학조 역량을 넘어섰다고 단체는 전했다. 이로 인해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가 늘고 이후 다시 추가로 확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신규 환자가 늘면 그만큼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피해가 번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체는 "최근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요양시설ㆍ병원과 같이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위험군에서 환자가 많아지면 중증 환자 발생 위험도 증가하며 이는 의료 과부하를 유발,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환자 병상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차있어 당국에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중환자 병상도 1~2주 안에 가득 찰 것으로 단체 측은 내다봤다. 단체는 "중환자 병상 여건은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커 일부 지역에선 이미 갖고 있는 의료자원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의료기관 내에 코로나19 환자가 유입돼 갖고 있는 의료자원을 쓸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방역조치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현시점에 이전과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가지려면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포함해 방역 조치는 조기에 강력하게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치를 늦출 경우 정작 유행은 억제하지 못하고 부가적으로 피해만 커진다면서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학계ㆍ전문가와 보다 긴밀히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방역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있어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방역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같은 기초적 방역수칙 외에는 효과적 수단이 없는 만큼 국민 개개인도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등 위기의식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이번 성명에는 대한감염학회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한국역학회가 함께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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