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낙마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의 판이 커졌다. 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석 사태에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공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10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ㆍ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는 4월 중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보선은 내년 4월 7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장직 공석 사태에 이어 박 시장까지 사망하면서 민주당은 공천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공석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데, 당장 부산시장만 하더라도 공천을 해야하는 지, 말아야하는 지 당내 찬반이 갈린 상태다.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미투(Me too)' 사건에 연루돼 시장직을 사퇴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ㆍ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2015년 개정된 이래 5년간 기초의원 선거에 적용돼 왔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식에서 부산시장 공천과 관련해 "당헌은 지켜져야 한다 보는 입장"이라며 "거기 따른 여러 당 조직 내에 고민들은 들어보겠으나 우리들이 약속한 국민들과의 약속 자체가 편의에 따라 해석돼선 안 된다"고 사실상 공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공천을 해야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데,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여당 주자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서울시장직은 부산시장 사태와 결이 약간 다르다.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의 결론이 유력한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박 시장의 비위 사실을 규명할 길이 없어진 셈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죄목으로 해당 당헌를 적용하기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서울시장이란 자리의 무게감은 여느 자치단체장보다 크고, 대선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평가 받는 자리라 이를 탐내는 여권 인사들이 많다. 선거전도 대선을 방불케 한다. 민주당이 이를 고려치 않고, 무공천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재판을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 보궐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을 더욱 키운다. 친형 강제 입원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중이다.
무엇보다 내년 보선은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져 대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내년 4월에 큰 선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또 경우에 따라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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