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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성지에서 탄생해 '대륙의 나이키' 소리 듣는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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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연매출 27.7억 달러…전 세계 3위 스포츠 브랜드 '안타'
'탁구 황제 공링후이, 'NBA 스타' 클레이 톰슨 모델로 기용해 시장점유율 ↑
휠라·코오롱스포츠·데상트 등 중국 운영권으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구축

짝퉁의 성지에서 탄생해 '대륙의 나이키' 소리 듣는 '안타' [출처 - Anta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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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짝퉁(모조품)의 성지라 불리는 중국 푸젠성에서 탄생해 나이키, 아디다스와 경쟁을 벌이는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안타 스포츠(Anta Sports, 이하 안타)'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연 매출 27억7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2019년 기준)인 전 세계 3위로, 중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다.


안타는 1994년 딩스중(丁世忠)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푸젠성에서 신발 OEM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신발 공장 운영을 도왔다. 1986년 16세였던 그는 아버지에게 받은 1만 위안(약 173만원)과 아버지가 만든 신발 600켤레를 들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4년 만에 20만 위안을 벌었지만, 같은 공장에서 만든 신발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곤 고향으로 돌아가 1994년 아버지와 함께 '안타'를 차렸다.


안타가 시장에 나왔을 때 이미 글로벌 톱 2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중국 내 스포츠 의류 업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토종 브랜드 중에서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리닝(Li Ning)' 정도만 글로벌 브랜드와 겨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안타는 과감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1999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당시 전설의 탁구 황제 공링후이를 80만 위안(약 1억3800만원)을 들여 모델로 기용했다. 당시 안타의 연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안타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시장에 먹혔다. 공링후이가 애틀랜타 올림픽에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각각 하나씩 차지하면서 스포츠 영웅으로 등극한 것. 안타는 기세를 몰아 공링후이가 '나는 선택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이라고 말하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지금까지도 중국 내에서 애국 마케팅으로 회자가 되는 광고다. 당시 안타는 중국 운동화 업계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높였다.


뒤이어 안타는 농구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딩스중 회장은 중국인들이 농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면서도 왜 농구화를 신지 않는지 분석했다. 결론은 '가격' 때문. 나이키 농구화는 보통 1000위안(약 17만원) 이상이었고, 안타는 이에 절반인 300~500위안대 농구화를 내놨다. 중국에서만 생산되고 소비되기 때문에 유통 비용 자체가 적은 것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였다.


짝퉁의 성지에서 탄생해 '대륙의 나이키' 소리 듣는 '안타' 클레이 톰슨 [출처 - Anta Sports]


2014년에는 NBA 스타 클레이 톰슨(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고, 2017년에는 2027년까지 클레이 톰슨은 경기장에서 신을 농구화 제작을 도맡기로 했다. NBA와도 인연을 맺었다. 2014년 NBA 공식 마케팅 파트너로 안타가 선정됐다. 중국 브랜드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당 계약은 NBA 소속 프로농구팀 로고를 농구화나 농구용품에 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스포츠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에 걸맞은 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안타는 2005년 3000만 위안(약 52억원)을 투자해 중국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최초로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했다. 여전히 안타는 전체 매출액의 3~5%는 꾸준히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짝퉁의 성지에서 탄생해 '대륙의 나이키' 소리 듣는 '안타' [출처 = Anta Sports]


안타는 중국 스포츠 의류 업계에서 점점 발을 넓히다 2011년 중국 토종 브랜드 1위였던 리닝을 제쳤다. 2010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각각 9.7%, 8.5%였으나 한 해 뒤 역전했고, 안타는 토종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 업계에서 1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안타가 중국 내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는 아직 부족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선입견도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운영권을 갖는 전략을 택했다. 현재 안타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는 한국 브랜드인 휠라와 코오롱스포츠, 일본의 데상트, 영국 스프란디 등이다. 이 브랜드들은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안타를 고급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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