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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명인 강은일 "어렸을 때는 바이올린이 전통 악기인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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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2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공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공무원인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했다. 딸은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접했고 바이올린을 배웠다. 수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유독 전통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던 시절이었다. 딸은 우연히 듣게 된 전통음악 소리에 매료됐고 국악고등학교에 진학, '2019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에 빛나는 해금 명인이 됐다.


해금 명인 강은일(53·사진)씨가 22~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국악과 양악이 융합된 '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를 공연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제도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부문에 선정된 공연이다. 강씨와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젊은 타악연주가 박광현, 피리ㆍ태평소ㆍ생황 연주가 최소리가 함께 해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실험적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강씨는 공연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와 퍼커션, 피리, 해금 등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어우려져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춤곡인 EDM까지 들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해금을 연주하게 된 이유도 들려줬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유독 전통음악을 들을 기회는 없던 시절이었다. 나는 바이올린이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줄로만 알았다. 우연히 전통음악을 듣고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해금 명인 강은일 "어렸을 때는 바이올린이 전통 악기인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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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금이 전통악기지만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 악기라고 그 매력을 설명했다. "해금은 표현력이 굉장이 넓은 악기다. 또 수용력과 소통력이 굉장히 좋다. 누구와 만나도 대화할 수 있고 웃긴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금의 넓은 표현력과 수용력에 강씨의 어린 시절 경험이 더해져 그는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해왔다. 그에게는 '국악계의 이단아'라는 별명도 붙었다.


강씨는 이번 공연에서 어머니, 나아가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딸을 키우고 있는데 자신의 외모나 재능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딸이 존재 자체로 예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전달이 잘 안됐다. 그래서 음악으로 들려주고 싶었다. 비단 내 딸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얘기해주고 싶었다. 나도 딸이었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엄마만이 아닌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강씨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남성 작곡자들의 곡을 많이 연주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 강씨는 아들 한진구씨가 작곡한 '제망모가'도 연주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제목은 신라 향가 '제망매가'에서 따왔다.


공연 제목 '오래된 미래'는 스웨덴의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 Hodge)의 책 제목을 인용했다.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호지가 인도 북부의 라다크를 방문해 서구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쓴 책이다.



강씨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했던 관현악단을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그때 읽은 책이 오래된 미래였다"며 "그리고 나서 해금을 연주하는데 어떤 깨달음이 생겨 삶의 모토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계속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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