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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무역휴전으로 훈풍 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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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무역휴전으로 훈풍 불었지만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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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미ㆍ중 무역 합의는 움츠렸던 국제 외환금융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 리스트에서 빠지자 위안화 환율이 내리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신흥국 통화도 강세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여기에는 달러화 약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세계경제가 통합되면서 달러화는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우선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외환 거래 시 한쪽 통화가 달러화일 가능성이 88% 이상일 정도로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비중은 압도적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은 글로벌 신용 사이클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하에 조성된 약달러화를 전 세계에 달러화 유동성을 퍼나르는 기회로 활용하고 고금리 기조하에 강달러화가 나타나면 풀어놓았던 달러화 유동성을 회수하는 순환을 일으킨다.


한편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환율 제도에 상관없이 Fed의 통화 정책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 나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자본 유출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데 기인한다. 비록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불과 15% 남짓이지만 달러화 자금시장의 높은 유동성과 정교한 만기 구조를 대체할 시장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달러화가 결제통화로도 사용돼 환율 조정이 실물경제를 왜곡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원ㆍ위안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대(對)중국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의 악화로 중국산에서 우리나라 제품으로 지출 수요가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 교과서대로 지출 전환 효과가 작동되려면 우리나라 수출품은 원화로, 중국 수출품은 위안화로 결제돼야 한다.


그러나 두 나라 간 교역의 90% 이상은 달러화로 결제된다. 따라서 교역품의 달러화 가격에 상응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원ㆍ위안 환율의 조정이 지출 전환 효과를 일으킬 여지는 10% 이하에 불과하다. 이는 교역품이 모두 달러화로 표시된다고 가정할 때, 즉 환율이 변하더라도 교역 조건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 미국과의 교역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 미국의 수입,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미국의 수출, 즉 우리나라의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원화로 표시한 미국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오를 때 미국의 수출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나라끼리의 수출도 감소한다. 결국 대미 수출을 제외한 전 세계 교역은 위축된다. 반대로 달러화 환율이 하락할 때 전 세계 교역은 늘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1% 절상(절하)될 경우 전 세계 교역량은 0.6% 감소(증가)한다.


미ㆍ중 무역 합의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바스켓으로 구성된 미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0월부터 하락,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큰 다행이다.


이 랠리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전문가들은 그다지 오래갈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무역 합의가 아니라 휴전이 적절한 표현이며 향후 통상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지정학적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교역증가율을 2.9%로 지난해 10월(3.2%)보다 오히려 낮춰 수정 전망했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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