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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열매를 맺는 방법/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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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원인은 신석기 유목민의 DNA가 체내에 탄수화물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꽃을 전자레인지에 3분 동안 가열하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양귀비꽃은 옮겨 심으면 죽는다. 예술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오래 생각했다, 가, 비누 거품을 칫솔에 묻혀 이빨을 닦았다. 그냥, 산다, 는 말 이면에 거울처럼 수은이 덧칠되어 있다.


이미 가 버린 것에는 가는 것이 없다


한시(漢詩)를 읽는 겨울밤은 따뜻했다. 새우의 등에서 내장을 빼내 그가 평생 바다에서만 앓았을 바람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비릿한 바다의 숨결 한 마디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낸다. 근원적인 외로움은 당신을 사랑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인류 역사가 수천 년인데도 인간이 왜 사는지 그 답변 하나를 찾지 못했다.


손에 스킨을 묻혀 얼굴에 바르다 알았다

안경을 벗지 않았다는 것을


임신한 여성의 태반에서 레트로 바이러스는 태아의 배아 발육을 촉진한다. 허공을 뚫고 올라간, 오늘의 꽃이 허문, 어제의 저 경계가 짙푸르다. 더 이상 도(道)를 아느냐고 묻지 않는 시대, 질량이 큰 별일수록 중심 온도가 높아지지만 슬픔은 무게가 아니라 범위의 문제다. 외로움은 질기고 눈물은 뜨거워 비 오는 날에도 물고기들의 심장이 강 속을 뚫고 간다.


물푸레나무가 잔물결을 향해 흔들리며

강의 조용한 울음을 듣는 시간

내 어깨가 자꾸 풍미(風味)에 젖어 드는 것이다



[오후 한 詩] 열매를 맺는 방법/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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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인은 일부러 고통스러워 한다. 그리고 어떤 시인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었는지를 은밀히 추억한다. 그리고 또 어떤 시인은 고통으로부터 배운 바를 받아쓰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모두는 실은 '고통'과 무관하다. '고통'은 형용사다. 바로 지금 그런 상태에 처해 있다는 말이다. 당장 고통에 처한 사람은 고통에 대해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견딜 뿐이다. 이 시가 그렇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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