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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사업이라더니…" 국민참여예산 졸속·부실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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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제안글에 10여억 예산 배정
38건 중 5건은 8월 기준 집행 '0원'
내년 2700억 규모로 예산 크게 늘어

"꼭 필요한 사업이라더니…" 국민참여예산 졸속·부실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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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 위해 탑승이 편하고 좌석이 넓은 고속버스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 김모씨는 지난해 4월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장애인을 위한 고속버스 개선' 사업을 제안했다. 제안 배경과 내용을 3~4줄로 간략하게 적은 이 글은 올해 13억원이 넘는 예산사업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0원. 국토교통부는 "10월 말부터 시범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년 2700억원 규모로 몸집이 커지는 국민참여예산 사업 일부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관련 예산이 늑장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참여예산 제도는 정부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걸고 지난해 예산 편성 때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오히려 취약계층 지원에 필요한 사업들의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참여예산 사업 38건 가운데 5건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사업 규모 순으로 ▲패딩형 동계점퍼 보급(69억6900만원) ▲인증제를 통한 내진보강 활성화(22억5000만원)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13억4200만원) ▲드론을 이용한 해양오염방제활동(6억800만원) ▲보행신호 자동연장 시스템 표준규격 개발(5000만원) 등이다. 그 밖에 집행률이 50% 이하인 사업들도 수두룩하다.


국민참여예산은 국민이 실생활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업들을 직접 제안하면 정부가 적격성을 검증해 국가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그러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예산사업들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소관 부처들은 집행이 부진한 사업에 대해 연구개발(R&D), 사업지 선정, 납품계약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더니…" 국민참여예산 졸속·부실 집행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해양순찰용 드론 8대에 대한 계약을 마쳤는데, 연말께 실제 납품이 돼야 예산이 집행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패딩형 동계점퍼가 실제 보급되는 4분기에 집행될 예정"이라고,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내진보강 활성화 사업이 진행돼서 현재까지 17억100만원이 집행됐다"며 "기재부에 수정 요청을 하겠다"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쓴 단 몇 줄짜리 제안이 '적격' 판정을 받아 수십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태어나는가 하면, 해외파병부대에 털점퍼를 지급하자는 시민의 제안은 국방부 내부 검토를 거쳐 전방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패딩점퍼를 1벌씩 지급하는 사업으로 바뀌었고, 예산 규모는 33억원에서 6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졸속ㆍ부실 운영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예산은 매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422억원에서 시작된 이 사업 규모는 올해 928억원에서 내년엔 2694억원(정부안)으로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국민참여예산 제도에 참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정책 수요자들보단 정부 정책기조와 뜻을 같이하는 사회단체ㆍ전문가 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돼 사업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지금보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7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국민참여예산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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