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장관 "군사합의는 필수적 조치…멈추지 않고 우리길 가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6일 "9·19군사합의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필수적인 조치"라며 "비록 어려움이 있어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반걸음씩이라도 묵묵히 우리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9·19군사합의 체결 1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규백 국방위원회 위원장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군사합의가 체결된 이후 한반도에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9·19군사합의는 평화 무드 속에서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체결됐다"며 "남과 북은 실질적인 조치들을 통해 합의를 이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19군사합의 1주년을 맞은 지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며 "70년 동안 지속돼 온 대결과 갈등을 하루아침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무장화를 마친 공동경비구역의 실질적인 '공동경비'와 남북한 지역 자유왕래는 아직 시작되지 못했다"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는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도로만 연결해 놓은 상태로 남측지역에서만 유해발굴이 진행되고 있고, 한강하구 자유항행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9·19군사합의를 한 단계 진전시켜나갈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어 9·19군사합의가 완전하게 이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장관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한 것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일본의 부당한 경제조치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안보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분명한 것은 군 본연의 사명과 9.19군사합의가 결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며 "9·19군사합의 또한 우리 군의 강력한 힘과 철통같은 대비태세가 뒷받침되어야 이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70년 반목의 세월 속에서나 지난 1년의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그리고 지금의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도 우리 군의 임무와 역할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강한 힘이 없으면 우리의 안보전략인 '힘을 통한 평화'를 실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 9·19군사합의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고,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 남북 공동유해발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 남아 있는 합의사항들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9·19군사합의는 지난해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하면서 체결됐다.

지난해 말까지는 합의 이행이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지만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사실상 '사문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