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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일간의 사투…부다페스트 구조대 "실종자 한 분 남아 송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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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月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참사 이후 현장 수색
"실종자 한 분 찾지 못해 죄송"…후각 트라우마 남아

62일간의 사투…부다페스트 구조대 "실종자 한 분 남아 송구"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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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1. "후각이 주는 트라우마도 상당합니다. 다뉴브강 주변에서 동물 사체라던지 여러 냄새를 맡았는데, 부패하는 정도에 따라 후각이 여러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희생자 수습 때는) 현장 접근을 해 한국인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데 만지지는 못합니다. 흔적 등을 찾다 보면 (시체)냄새 등을 맡게 되는데 생활하다가 비슷한 냄새가 나면 그 때 생각이 납니다."


#2. "(수중에선) 물이 너무 탁해 렌턴을 비춰도 50㎝ 앞 밖에 보이지 않아요. 때론 손으로 더듬어 수색해야 합니다. (지난 6월3일) 물밑에서 (희생자) 여성 한 분을 안고 올라왔습니다. 놓치면 안되니까요. 이 분을 보트에 올리고 사체낭에 담았습니다. 배에서 세 분을 수습해 운구팀에 인도했죠. '이게 시체다'라고 생각하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무려 62일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일대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소방청 119국제구조대원들은 "(마지막) 한 명을 못 찾아 죄송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진 대장인 부창용 소방령은 "유속이 빠르고 환경이 열악했다"면서도 "그래도 희생자가 물 밑 어딘가 있을 거라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대원들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언론 인터뷰에 임했다. 24명의 대원들은 사고 이튿날인 5월30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해 7월30일까지 1, 2진으로 나눠 헝가리에서 활동했다. 귀국 일자를 두 차례나 미루며 벌인 수색 구간은 224㎞에 달했다. 수상수색 410회, 수중수색 14회, 헬기수색 86회였다.

62일간의 사투…부다페스트 구조대 "실종자 한 분 남아 송구" 소방청 제공

현지 시간 5월29일 밤 9시5분께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탄 허블레아니호가 대형 크루즈선에 부딪혀 침몰한 직후 파견된 대원들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수색에 나섰다.


구조 환경은 최악이었다. 수중 4m에서 초당 2.5m의 유속을 맞으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떠내려가게 된다. 수온은 낮고 기상 상황도 좋지 않았다. 강바닥에 널린 파손된 선체와 교각 잔해 등이 공기를 공급하는 생명줄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선체 인양 전까지 미수습자는 7명이었다. 부 소방령은 "배를 인양하면 나머지 분들이 계실 거란 희망을 품었는데 한국인 세 분과 헝가리 선장 한 분만 계셨다"면서 "인양 이후에도 사흘간 선체 수색을 했는데 (나머지) 세 분이 안 계셨다.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재칠 소방위도 "(수중에서) 배에 들어갈 때 일곱 분이 (선체) 안에 다 계셨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며 "더 들어가려는 데 헝가리 측에서 감전될 수 있다며 막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뻘밭을 탐지견과 누볐다. 수풀로 뒤덮인 다뉴브강변은 모기와 뱀이 많았다. 후유증으로 몸에 붉은 반점이 돋았다.

62일간의 사투…부다페스트 구조대 "실종자 한 분 남아 송구" 소방청 제공

6월24일 2진이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7월5일 18번째 실종자를 수습했다. 구조대가 수습한 마지막 실종자였다. 실종자의 시신 한 구는 수습하지 못했다. 날짜를 연장하며 수색했지만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현장에선 부패된 실종자 시체를 놓고 인종을 구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조성태 소방경은 "옷 입은 형태나 신발, 옷 상표 등으로 시신을 확인해야 했다"면서 "백인은 헝가리 구조대가, 동양인은 우리 구조대가 수습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시체 냄새에 노출됐고 시각적 트라우마 못잖게 후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구조대는 귀국 후 5일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승룡 소방정은 "두 달 동안 머릿속에 실종자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왔다"며 "후각이 주는 트라우마도 오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습 과정에서 헝가리 정부와 교민들의 도움이 컸다. 이 소방위는 "헝가리측이 요구한 건 거의 다 들어줬다"고 말했다. 헝가리 내무부 장관은 한국과 헝가리 구조대원들에게 "헝가리나 한국에서 영웅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안전을 강조했다.


교민들도 통역은 물론 음식과 옷을 챙겨줬다. 부 소방령은 "무전이나 휴대전화가 어려워 (교민 자원봉사자가) 헬기나 보트에 직접 타고 통역했다"고 전했다.



수습 활동 이후 헝가리 정부는 구조대에 표창장을 보냈다. 하지만 구조대는 "표창을 받을 처지가 아니어서 받을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오히려 한국에서 (수습 과정에서 도움을 준) 헝가리 측에 (표창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 소방령은 "만약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사고가 났다면 우리가 그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헝가리 정부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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