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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악화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실화…소주성도 힘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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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 9명 중 6명 경영계 손 들어줘…엄중한 경제상황 인식에 공감
"임금 인상 통한 경제성장 수정 불가피"…내달 최저임금 최종 확정

경제악화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실화…소주성도 힘 잃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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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외환·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2.87%(시급 8590원)를 기록했다. 대내외 악재로 경제가 휘청이자 각계에서 요청한 속도조절론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공익위원 6명이 사용자案 선택=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오전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의결한 최저임금 2.87%(시급 8590원) 인상안은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최종안이었다. 표결 과정에서 사용자위원안이 근로자위원안(6.3% 인상ㆍ8880원)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안은 총 15표를 받았는데, 이 중 사용자위원 9명의 표를 빼면 6명이 남는다. 근로자위원 안을 채택한 공익위원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사용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해 5% 내외의 한 자릿수 인상을 결정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2%대의 인상은 이 같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경영계의 호소에 공익위원들이 좀 더 귀를 기울인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87%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1999년 8월(2.70%),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75%) 다음으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경제악화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실화…소주성도 힘 잃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심의 기간 동안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미ㆍ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더하는 건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 의결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다.


브레이크 걸린 소주성=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속도조절론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위원은 "현 정부 들어 연평균 10% 가까이 최저임금이 올랐다. 최저임금 덩어리도 커졌다"며 "예전에는 야구공이었는데 이젠 농구공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비유했다. 전체 파이(최저임금)가 커졌기 때문에 인상률이 낮아도 금액면으로는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고통이 커졌다는 사실은 노동계도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기조도 동력을 잃을 것이란 판단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주성 정책 중에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성장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여러가지 경제 현실상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급등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소주성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속도조절 압박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특정 견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낮게 결정이 나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고도 말했다.


경제악화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실화…소주성도 힘 잃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숨 가빴던 최저임금 심의 과정=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짧은 시간 안에 매우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노사로부터 1차 수정안이 제출된 이후 2, 3차 수정안 없이 바로 최종안이 도출됐다. 막판에는 큰 파행 없이 노사 양측의 안을 놓고 27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좋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공방이 다소 길어지면서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공익위원은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공익위원이 11일 노사 양측에 "표결을 위한 최종안을 제시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사는 공익위원에게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기 위해 골몰했다. 경영계가 '삭감안'을 철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계 역시 내부 의견 조율을 위해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한편 이날 최저임금안이 의결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가진 노사 단체는 다음달 5일 최저임금 확정ㆍ고시 전까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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