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역분쟁發 '퍼펙트 스톰' 예고…반도체, 시장전망 전면 재수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화웨이 공급중단 메시지 나올 경우 하반기 영업 빨간불
가격 하락세 지속될 듯…수출 흔들려 경제 직격탄 우려

무역분쟁發 '퍼펙트 스톰' 예고…반도체, 시장전망 전면 재수정
AD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반도체 업체 A사의 해외 영업 담당 임원은 최근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고민에 빠졌다. "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전망에 별 의미가 없다"는 상부의 지시로 시장 전망치 자료를 삭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보고에서 시장 전망을 빼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국, 중국 정치 기사를 스크랩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다"고 호소했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하반기 시장 전망 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전면 재수정 뿐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1∼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는 '상저하고'를 예상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ㆍ중 무역분쟁에 하반기 영업 '빨간불'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사설은 산업 전체에 큰 충격파를 줬다.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자, 인민일보는 "우리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외교적 수사 중 최고 강도의 경고로, 중국이 인도와 전쟁을 치르기 직전인 1962년과 베트남 전쟁 전인 1979년 등 역사상 단 2번만 사용됐다. 중국이 사실상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 역시 전면전을 불사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놓고 전세계 IT 업체들에게 탈(脫) 화웨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어느 하나도 선택할 수 없는 기로에 놓였다. 공개적으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라는 메시지가 나올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하반기 영업에는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은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3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분쟁發 '퍼펙트 스톰' 예고…반도체, 시장전망 전면 재수정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 고정 거래(기업 간 대량 거래) 가격은 3.75달러에 그쳤다. 4월보다 6.25% 떨어진 수준이다. 4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9월 8.19달러 대비 54.2%가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 4월(3.98달러) 이미 4달러 선이 무너졌고, 지난달에는 3.9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곧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이미 두 업체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D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올해 하반기 D램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더 심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대들보 반도체, 한국 경제 '휘청'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화웨이로 시작된 미ㆍ중 갈등은 산업계 전체에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중국 매출도 3조1580억원으로 전체의 46.7%를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수출길이 영향을 받는 것만으로 국가 수출의 8%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ㆍ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반도체는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 정부 모두 미ㆍ중 무역분쟁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며 "결국 현재의 갈등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