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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세먼지 탓 적자"…또 脫원전은 상관없다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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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 실적 하락은 에너지전환(탈원전ㆍ탈석탄) 정책과 전혀 무관하다."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이 줄면서 한전의 실적이 결국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도돌이표 해명이 올해만 10건에 달한다.


지난 14일 세종정부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진행됐던 한전 1분기 영업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 정책을 총괄하는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이 참석했다. 주 실장은 "올해 1분기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오히려 개선됐고,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인데 따른 타격이 컸다"며 선긋기에 주력했다. 탈원전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한전은 이날 오후 장 마감후 공시를 통해 1분기 연결 기준 6299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1276억원)보다 손실이 5023억원 급증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한전은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국제 연료가 상승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를 지목했다. 1분기 원전이용률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영업적자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같은 해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선 1분기 원전이용률(75.8%)은 전년 동기(54.9%)보다는 증가했지만 2014년(85%), 2015년 85.3%), 2016년(79.7%)에 비해서는 한참 못미친다. 이 기간 한전의 영업이익은 각각 5조7876억원, 11조3467억원, 12조1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공약을 내세우면서 원전가동률은 2017년 71.2%, 지난해 65.9%까지 떨어졌고 한전 실적도 급감했다.


1분기 한전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발전 단가가 저렴한 석탄발전 대신 비싼 액화석유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세먼지는 잡아야겠는데 그렇다고 원전을 확대하지 못하니 LNG발전을 늘린 것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러한 내막은 쏙 뺀 채 탈원전과 한전의 실적 부진은 무관하다는 해명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칫 탈원전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1분기 실적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적자가 이어지면 이는 국가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나 정부가 시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공공 부문의 수익 악화나 환경파괴, 주민 반발은 곳곳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엔 여권의 내부에서도 탈원전 속도 조절론이 나올 정도다. 소모적인 논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탈원전 확대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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