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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수조원 '판도라 상자'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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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다음달 개최

키코, 수조원 '판도라 상자'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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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1년가량 끌어온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피해기업 재조사 결론이 다음달 중순쯤 나온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피해 금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중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번 중재안을 문제 해결의 시금석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200여개 기업이 추가로 분쟁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


초점은 어느 정도 수준의 배상 규모를 권고할 지 여부다.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부담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 은행들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의 의지와 달리 키코 문제가 또 다시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29일 금감원 관계자는 "이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위원들을 구성하려는 단계로 다음달 중순이나 하순에 회의를 열게 될 것"이라며 "배상 비율을 어떻게 정할 지는 위원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붕구 키코 공대위 위원장은 "다음달 분조위에서 내놓는 조정안이 앞으로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공대위는 키코를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 은행들을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이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최근에는 "합당한 안이 나온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과거 법원 판결의 범위를 벗어난 안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각 업체별 배상 비율은 많게는 최대 50%를 넘기 어려우며 적게는 10%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수준에 대해 은행과 피해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만약 합의가 이뤄진다면 다른 피해기업들이 무더기로 분쟁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붕구 위원장은 "지난해 조사했을 때 피해 기업 중 이미 폐업했거나 피해액이 미미한 곳 등을 제외하고도 200여개 기업들이 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과거 62개사 조사를 했을 때 피해액이 1조9000억원 정도 됐다. 200개 기업이라면 수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번 분조위 대상은 4개 기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 은행 입장에서는 합의안이 채택돼 기준이 되면 향후 수천억원의 배상 책임이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조정안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본사 정책에 따라야할 것이고, 국내 시중은행들도 배상 규모가 크고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조위 조정안은 권고 성격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 금감원도 은행이 수용하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7월부터 키코 재조사를 통한 중재 해결을 역점 현안으로 추진해 왔으나 실제로는 손에 쥐는 것 없이 다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때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1000여개 중소기업들이 수조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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